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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이슈] 졸업유예 폐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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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졸업을 늦추는 대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졸업하기 위한 학점은 다 채웠는데 졸업을 안하고 있는 속사정, 다 아시겠지만 바로 취업 때문인데요. 서울권 대학들이 졸업유예 제도를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소식 준비했습니다.


<앵커>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의 마음 잘 알 것 같습니다. 취업을 하는 데 있어서 아무래도 졸업생 신분보다 재학생 신분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죠. 그런데 졸업유예를 대학들이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이화여대입니다. 이화여대가 올해 과정수료제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과정수료제라는 건 졸업하기 위한 학점을 다 이수한 학생에게 재학생이 아니라 수료생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제도입니다. 보통 대학들이 졸업을 위해서는 학점이수에 추가적으로 채플 몇점, 졸업논문과 같은 조건들을 갖추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졸업을 늦추기 위해서 학점만 이수하고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이 이제 졸업생과 재학생의 중간적인 신분인 수료생으로 남게 되는 겁니다.


<앵커> 수료생 신분이 되는 건 학생들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 아닌 듯 한데, 대학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걸까요?

<기자> 아무래도 재학생 수가 적어야 대학에 보탬이 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학들이 대학평가라는 것을 받는데, 교수 1인당 재학생 수가 몇 명인가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됩니다. 졸업을 하지 않고 대기하는 학생들은 사실상 교수의 수업을 듣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학평가에서 안좋은 점수를 받게 되니까 대학으로서는 이번 조치가 불가피한 겁니다.


<앵커> 취업이 안된 불안한 상태에서 졸업하기를 꺼리는 학생들의 심정도 십분 이해가 되고, 또 이로인해서 재학생 수가 늘어나 대학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대학들의 심정도 이해가 되네요.

<기자> 이같은 상황은 이화여대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건국대의 경우도 올해부터 논문을 내지 않고 졸업을 미루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졸업을 유예하려면 반드시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하고 등록금 60만원을 내야 합니다. 서울시내 대학들 사이에서 이런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어 가는 모습입니다.


<앵커> 대학들의 사정을 알겠습니다만 아직 취업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 청년들을 무리하게 사회로 내모는 현실이 참 잔인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기업이 재학생을 졸업생보다 좀 더 선호하고 심지어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사원으로 지원할때도 수료생신분이면 불리한게 많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 가운데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대학생은 1만7천명에 달합니다. 또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44개 대학가운데 121곳에서 바로 이렇게 졸업유예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모두 재학생 신분을 잃게 되고, 또 이 학생들뿐아니라 앞으로 학점을 이수하되 아직 취업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게 될 겁니다.



<앵커> 졸업생이 되면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도 불편이 크겠죠. 여러 가지로 학생들에게 부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졸업을 늦추는 게 취업을 하는데 있어서 그렇게까지 필수적인가 하는 의문도 들어요.

<기자> 맞습니다. 실제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에 들어간 청년들의 생각은 완전히 갈렸습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생과 직장인 총 1천600여명을 대상으로 졸업유예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응답한 대학생 10명가운데 7명은 졸업유예를 좋게 봤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부족한 스펙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인턴을 뽑을 때 지원자격이 졸업예정자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에서 졸업생을 기피해서. 진로를 결정할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소속이 없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서. 공백기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있어서.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 응답한 대학생 10명가운데 7명은 졸업 전에 취업을 못하면 졸업을 미루겠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인턴은 졸업생보다는 대학 재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죠.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선호하는 이유를 일부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장인들의 응답은 좀 달랐나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직장인 절반 이상은 졸업유예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어차피 서류만 봐도 지원자가 공백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업들은 다 안다는 겁니다. 또 졸업을 유예한다고 해도 스펙에 발전이 없으면 소용이 없고,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건 거의 모든 대학생들에게 동일하게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을 늦추는 게 시간관리를 잘 못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학생신분이면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다는 응답도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 저는 직장인이라서 그런지 직장인들의 의견에 좀 더 공감이 가네요. 단지 졸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들이 지원자를 꺼려하고, 졸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호하고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기자> 기업들이 이미 서류상에 나이를 확인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데 학생 신분이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간혹 인턴 경험이나 스펙을 쌓기 위해서 졸업을 미룬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만, 인턴보다 더 좋은 경력은 진짜 정식사원으로 들어가서 일한 경력이 아니겠습니까. 당장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 들어갈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빨리 졸업을 해서 중소기업이더라도 현재의 능력으로 입사 가능한 기업에 지원해보고 그렇게 실무경험을 쌓는 것이 보다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졸업을 한다고 해서 스펙을 쌓지 못하는 게 아니죠. 뭔가 우리 학생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여담입니다만 저도 입사시험을 볼 때 졸업하고 1년가까이 공백기를 경험했습니다. 면접에서 “자네 졸업하고 지금까지 뭐했나?” 라는 질문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의 신분이 되면 분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살기 위해 필사적이 된다는 겁니다.
졸업유예도 유예지만 대학생 10명중에 3명 이상이 취업준비를 위해서 휴학을 합니다. 그런데 졸업을 멀리 앞두고 휴학기간을 맞은 학생이 과연 필사적으로 취업준비에 임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은 취업이 당장 심각하게 와 닿지 않을텐데 말이죠.
반면 백수는 다릅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누군가 내게 좋은 직업을 주기만 한다면 일어나 춤이라도 출 겁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의 답변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그 겁니다. 취업이 막연해서 졸업을 미루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졸업과 취업까지 모든 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입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 용감하게 부딪치는 청년들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앵커> 네, 졸업유예제도가 갈수록 폐지되는 양상입니다. 아직 취업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 청년들을 잔인하게 사회로 내모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만 모든 대학생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라면 오히려 우리 학생들이 더 당당하게 주어진 현실에 부딪쳐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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