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석이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KBS연예대상에서 9년 만에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 = KBS) |
유재석이 MBC와 KBS에서 방송연예대상을 받자, 각 매체에서는 유재석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들이 홍수가 난듯이 쏟아졌다. 불과 1년 전인 2013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는데 말이다.
KBS에서는 김준호, SBS는 김병만이 대상을 받았으며, MBC는 사람이 아니라 `일밤ㅡ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에 대상을 주었다. 그래도 2012년에는 유재석이 SBS에서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름의 가치는 유지했지만, 2013년에는 한 개의 대상도 받지 못했다. 이에 그 평가는 냉랭했다. 이제 유재석의 시대는 갔다는 지적이 빈번하게 일기도 했다. 그를 항상 든든하게 받쳐주던 `무한도전`의 위기론도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2014년에는 그가 대상을 두 개나 받았더니 극찬의 대상이 됐다. 유재석의 스타 바이오그래피가 새삼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유재석은 달라진 점이 없는 데 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점은 단 하나 밖에 없다. 유재석이 대상을 받았는가, 그 여부다.
그러나 의미가 없었다. 유재석을 평가하는데 대상 수상 여부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어차피 방송사의 시상식이라는 것이 작품 그 자체가 아니고 시청률에 의존하기 때문에 출연자들이나 진행자의 능력과 공헌은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하니까 말이다.
이미 트랜디한 예능 판도는 신생 매체인 종편과 케이블로 넘어간 상황이다. 특히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올드 세대들도 주중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거 이동했다. 이런 점은 2014년 지상파 방송사 연예대상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새롭고 참신한 예능은 이미 지상파가 아니라 케이블이나 종편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더 확립된 2014년이었다.
실제로 새롭게 시도한 지상파의 예능은 대부분 작품성은 물론 시청률에서 참패했다.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들어가는 관찰예능이나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수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종편과 예능에서 폭풍질주한 신동엽의 활약은 전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SBS는 종편 예능에 처참하게 무너진 `힐링캠프`의 수장 이경규에게 수상의 영예를 줬다. 거의 특별상 수준이었다.
더구나 이들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아웃 소싱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비예능인들을 가져다 쓰고 적절한 시점에 교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재석이 지적한 바대로 MBC의 개그맨들은 시상식에 서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송구조 속에서 대상을 받는가, 못 받는가에 따라서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가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대상 수상의 굴레에서 유재석을 풀어줘야 한다. 대상수상리스트에서 유재석은 졸업을 시켜줘야 한다. 유재석은 탈출, 탈옥시켜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마다 그의 가치를 대상수상으로 평가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대상을 수상 못하면 그의 시대가 갔거나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존재로 규정할 것이다. 당연히 이는 정당한 평가가 될 수 없다. 이대로는 갈수록 유재석의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시상식은 방송사를 모두 아울러야 한다. 시청률에 관계없이 객관적이고, 공정 형평한 시상식이 여전히 필요하다. 예컨대,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은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 ‘한공주’에 출연했던 천우희에게 돌아갔다.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와 그 안에서 기여와 공헌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이는 방송사의 수익 창출과 별개여야 한다. 영화로 치면 많은 돈을 벌어준 프로그램만 수상 리스트에 오르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예 대상을 없애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시상식보다는 한 해 동안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당이 중요하게 때문이다. 한편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과 과정이 필요하며 각자의 노고가 결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론화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시상식의 권위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프로그램에 대한 노고에 관한 소회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유재석과 같은 대중예술인의 가치가 수상여부에 좌우되는 시스템은 이제 바로잡혀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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