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데로, 정부가 통일이 되면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이른바 `통일비용`을 550조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정부의 설명대로 막대한 규모의 통일자금을 증세없이 조달할 수 있는 지, 그 배경과 가능성을 짚어보겠습니다.
경제팀 이준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우선 통일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될 지 막연한 상황인 데, 550조원이라는 금액은 어떻게 추산됐나요?
<기자>
정부가 추산한 통일비용은 5천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550조원에 달합니다.
현재 북한의 1인당 GDP는 1천250달러 수준인 데, 이를 20년 후 우리나라의 절반인 1만달러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라는 겁니다.
특히 주요 인프라와 산업 부문을 육성하는 데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인 1천75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북한의 철도와 도로, 전력, 통신, 공항, 항만 등 인프라 육성에 1천4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구요,
농림수산업과 광업, 전기·전자공업, 경공업, 경제특구·산업단지 개발 등에 350억달러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낙후된 북한경제를 고려했을 때 막대한 통일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20년 후 북한의 1인당 GDP 목표를 1만달러로 설정해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자본과 개발재원 등을 분석해 550조원의 통일비용을 추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수백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증세 없이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는 데, 가능한 일인가요?
<기자>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20년간 4가지 방식을 통해 통일비용 550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통일비용의 절반 정도를 끌어오겠다는 계획입니다.
정책금융기관이 채권을 발행해 개발 재원의 50~60% 수준인 2천500억~3천억달러를 조달하구요,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나 경제특구개발 등에는 국내외 민간 투자자금으로 1천80억달러 정도를 유치하겠다는 겁니다.
또 해외 공적개발원조 자금과 북한 지역 세수 등을 나머지 자금을 충당한다는 방침입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경제통합 초기에는 정책금융기관 자금을 활용해 정부 주도로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과 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 위원장은 "그 이후에는 민간자금과 국제기구 일반 자금으로 발전 심화를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정책금융기관과 국내외 민간투자자들을 활용하면 증세 없이 통일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앵커>
정부의 계획대로 되면 좋겠지만 문제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변수 때문에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까? 어떤가요?
<기자>
통일비용이 550조원이 들어간다는 뉴스를 접하셨을 때, 많은 분들이 과연 이른바 `통일 세금` 없이 가능할 까. 의구심을 가졌을 겁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통일비용을 조달할 때 세금을 동원하면 정치적·사회적 저항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때문에 해외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민간부문에서 자금을 끌어오겠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통일 과정에서 사업성을 잘 만들어 경제적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면 국내외에서 많은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통일 과정에 들어가는 돈을 해외 투자자가 선뜻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럴 경우 민간부문의 자금이 예상보다 더 필요할 수 있는 데, 과연 정책금융기관들이 이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낼 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20년이라는 기간을 고려하면 정책금융기관들이 조달할 금액은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라고 했는 데요,
경제 전문가를 비롯한 금융권 일선에서는 정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앵커>
정부가 550조원에 달하는 통일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에 대해 지나친 장밋빛 계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구요?
<기자>
정부가 통일비용을 추산하고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할 때 가장 많이 참고를 한 것은 과거 동독과 서독의 통일 과정입니다.
동서독 통일이 이뤄졌을 때 독일재건은행이 9년에 걸쳐 동독 개발재원의 56.8%를 공급한 전례도 그대로 인용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과 북한의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당시 동독과 서독의 격차는 GDP를 기준으로 9.7배 정도였지만 현재 남북한 경제 격차는 훨씬 더 크게 벌어져 있다는 이유에 섭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북한의 국내총생산과 재정규모, 교역규모 등을 종합해보면 북한 경제는 지난 1970년대의 한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통일이라는 것 자체가 막연한 사안인 데다 변수도 많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세심하고 치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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