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이 향년 46세로 사망한 가운데, 영화 평론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신해철을 추억하는 글을 남겨 화제다.
허지웅은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형은 곧잘 철지난 농담을 길게 늘어놓고는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무척 구박했다. 구박하는 재미가 있는 형이었다. 구박을 하면 소녀 같이 부끄러워했다. 그게 보고 싶어 더 구박한 적도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솔직히 정말 재미는 없었다. 서로 닮은 점이 많았다. 형이 말하기 전에도 내심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형이 그렇게 말할 때는 싫은 기색을 냈다. 괜히 그랬다. 형의 방송 복귀작에 게스트로 다녀왔다. 나는 형에게 무조건 여기서 망가져야 사는 거라고 말했다. 녹화 내내 놀려먹었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놀려먹은 게 형을 마주한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놀려먹은 게 말이다"라며 "끝나고 나오는 길에 형이 1차 체중 감량 끝나는 날 양꼬치를 먹으러가자고 했다. 그러다 중간에 문자를 보내왔다. 킹크랩으로 메뉴를 바꾸자고 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다. 형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허지웅은 "며칠 전 꿈을 꾸었다. 형이 사람들 앞에서 내게 면박을 주었다. 왜 전화하고 문자하고 오버냐며 막 소리를 질렀다. 나는 부풀리지 말라고, 전화한적 없고 문자만 하지 않았냐고, 그러게 왜 나이 먹고 사람 걱정시키냐고 또 구박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형이 금방 일어나겠거니 낙관했다. 어제 늦게 형에게 다녀왔다. 얼굴이 작아졌더라. 형 퇴원할 때는 살이 확실히 빠져있겠다고 나는 농을 했다. 그리고 귀에 대고 몇마디를 했다. 못들었던 것 같다. 들었으면 그 재미없는 아저씨가 이럴 리 없다. 반드시 일어나 써먹었을 거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허지웅은 "오래 전 형이 결혼식 축가를 불러줬었다.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형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몇 번이고 음이탈을 했다. 나는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먹었다.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여태 단 한 번도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걸 끝내 말해주지 못했다. 내내 그걸 흥얼거렸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목덜미를 잡아쥐듯 굵고 낮은 저음으로 시작하던 재미없는 농담들이 자꾸 귀에 걸려 떠오른다"라며 신해철을 추억했다.
마지막으로 허지웅은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나는 결코 울고 싶지 않다. 구박을 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형에게 구박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구박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니 너무 폭력적이라 막 얻어맞은 것 같이 뺨이 얼얼하다. 친애하는 친구이자 놀려먹는 게 세상 최고로 재미있었던 나의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조금도 슬프지 않다. 나는 화가 난다. 보고 있나. 보고 있느냔 말이다. 형 진짜 싫어. 정말 싫다. 짜증나"라고 전해 눈길을 모았다.
한편 신해철은 이날 20시 19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신해철은 17일 서울 송파구 S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후 22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에 의료진은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심정지에 이른 원인을 찾기 위해 최근 신해철이 장 협착으로 수술을 받은 부위를 개복해 응급 수술을 하기도 했지만, 수술 후 닷새간 의식을 찾지 못했고 끝내 세상과 작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마왕 신해철 별세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마왕 신해철 별세 부디 편히 쉬세요" "마왕 신해철 별세 참 슬픈 날이다.." "마왕 신해철 별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왕 신해철 별세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마왕 신해철 별세 너무 슬프다" "마왕 신해철 별세 허지웅도 엄청 마음 아플 것 같다" "마왕 신해철 별세 남인 우리도 이렇게 슬픈데 지인들은 더 슬플 것 같다" "마왕 신해철 별세 허지웅이랑 신해철도 친했구나" "마왕 신해철 별세 허지웅 글 읽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사진=허지웅 트위터)
한국경제TV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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