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1>
이 자리에 증권팀 유주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제 이 시간에 국민연금기금의 성과를 점검하면서 비슷한 규모의 해외 연기금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거둔 점을 확인했는데요, 오늘은 그 이유를 다각도에서 살펴보도록 합니다. 유기자가 먼저 지적한 건 인력 운영과 관련한 건데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신분 역시 불안정해서 책임감 있게 일하기 어렵다, 이런 내용이죠.
<기자>
국민연금의 운용역을 인원수로 놓고 봤을 때 과연 세계 3대 연기금이 맞나, 할 정도로 그 수가 적습니다.
먼저 비슷한 규모의 해외 연기금과 비교를 해보면요,
캐나다연금 CPPIB는 450명, 네덜란드 공적연금 ABP는 650명, 노르웨이 GPFG는 총인력이 370명으로, 국민연금 156명은 절반도 되지 않는 수입니다.
어제 해외투자 수익률을 짚어봤는데, 오늘은 해외투자 부문의 인력과 관련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2분기말 기준으로 해외주식에 50.4조원, 해외채권에 18.9조원,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21.3조의 자산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해외 현지 사무소에 근무하는 인력이 뉴욕 5명, 런던 4명, 9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올해 한 해 배정된 예산은 31억원이고요. 위탁운용 규모가 크다고 해도 위탁운용사를 실사한다거나 점검하고 투자정보를 수집, 해외 연기금 또는 유관기관과 교류하기에는 인력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캐나다연금 CPPIB는 4곳의 해외사무소에서 450명중 114명이 근무중이고,
네덜란드공적연금 ABP는 해외사무소 근무인력이 총 인력 650명중 137명, 노르웨이 GPFG는 총인력 370명중 131명이 해외사무소에서 근무.
앞으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요, 해외 연기금 사례와 비교했을 때 현재 얼마나 인력이 부족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앵커2>
계약직이어서 책임지기 어렵다, 이 점도 자세히 얘기 들어볼까요?
앞서 운용역 1인당 3조원, 위탁운용 제외해도 2조원 이상씩을 운용하는 꼴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한사람당 수조원씩 굴리고 있는 기금운용역들의 신분은 156명 운용역 전원이 3년마다 계약 갱신을 해야 하는 계약직입니다.
막대한 책임의 무게에 비해 신분의 안정성이 떨어지다 보니 장기보다 단기성과 위주로 가게 되고, 애사심이나 또는 책임을 가지고 운용하는 자세가 부족해질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실제로, 업계 내 스카우트 제의와 이에 따른 이직이 빈번한데요, 매년 지적돼 온 거긴 하지만 오늘 있었던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도 또한번 지적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진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보시겠습니다. 지난 5년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서 총 54명의 운용역이 퇴직했는데요, 이중 현재까지 43명이 재취업을 했고요, 또 이중에서 21명은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있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재취업을 했습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가지 않았다고 해도 보험사 등 관계가 다소 있어 보이는 곳으로 간 경우가 많았고요, 퇴직한 인력을 살펴보면 본부장, 실장, 팀원 그 직책이 다양했는데, 이중에는 공단 퇴직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재취업한 사람이 꽤 되는 것으로 나타나 갈 곳을 미리 정해놓고 퇴사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걸 가지고 물론 개인의 도덕성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선 앞서 말씀드린대로 신분의 안정성, 여러 보수 등 처우의 문제, 1인당 주어지는 과도한 운용규모 등을 해소하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3>
그 규모와 중요성에 비해서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싶은데, 실제로 나타나는 문제점이 있습니까? 수익률 면에서요.
해외투자 부문은 어제 이 시간에 말씀드렸는데요, 다시한번 짚어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노르웨이, 일본 등 해외 연기금이 40% 손실을 입을 때 국민연금은 60% 손실을 입었고, 이후 수익률 회복과정에서도 해외 연기금보다 10%포인트 낮은 성적에 그친 바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을 뽑아봤습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는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실제로 수익률을 비교해보니 직접운용의 경우 성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땐 직접, 위탁 모두 10% 손실 냈는데요, 2012년 들어 직접운용이 11% 수익률을 내면서 위탁 맡긴 것보다 다소 성과가 좋았지만 이후 2013년과 2014년 모두 위탁운용보다 성적표가 초라했습니다. 똑같은 주식운용을 하면서 업계에 맡긴 것보다 성과가 훨씬 초라하다면 문제가 있어 보이고요, 결국 정보부족의 문제, 이어지면 전문성의 부재, 운용역의 부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4>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대규모 자금을 장기적 안목에서 운용해야 하는 국민연금이지만 전문성이 갖춰질 여건이 안 된다,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게 인력운영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도 상당히 크다고요?
운용업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 의견을 취재하다보니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다, 이해관계가 너무 많이 얽혀 있다. 흔히들 옥상옥 구조라고 얘기하는 시스템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전문성이나 책임감을 갖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국민연금사업은 본래 보건복지부 장관 주관하는 업무인데, 이를 위탁수행하는 기관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설립된 거고요, 공단 산하에 기금을 운용하는 본부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입니다. 실제로는 공단과 기금운용본부가 조직이 별도로 돼 있지만 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장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고 최종의 책임을 지게 돼 있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예산권과 평가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금운용본부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민첩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공단의, 또 정부의지시를 이행하는 수준에 그치게 되는 거죠.
심지어 정권에 따라서도 입김이 작용한다는 의심도 살 여지가 있는데요, 3대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오성근 전 CIO의 경우 노무현 정부때 취임한 후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사퇴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중도 퇴사한 바 있습니다.
또한 기금운용의 최고 심의 의결권을 가진 기금운용위원회가 있는데요, 이 위원회는 정부직 6명과 사용자 단체, 노조단체 각각 3명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자산운용전문가가 없다보니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장기적 시각보다는 단기성과에 치우치지 쉽다는 지적도있습니다.
<앵커5>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나요?
기금운용본부 독립 논의가 대표적입니다. 기금운용본부가 독립적인 의사결정권한을 갖고 기금을 운용할 수 있어야지 책임경영이 가능하니까 따로 떼어서 별도의 공사로 만들자는 주장이 있는데요. 물론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민들의 노후자산을 책임지는 기구인 만큼 정부와 주인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건데요, 이같은 주장도 정부가 관여하는 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운용역의 처우와 관련해서는 민간 수준의 파격적인 금전적 대우를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성과가 좋으면 인센티브를 더 주자는 논의가 있어서 현재 내부 검토중이고요, 운용역의 규모를 늘리는 것도 추진중입니다. 또 오늘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됐는데, 운용역을 정규직 전환해서 신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유주안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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