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인디언 보조개와 탄성을 자아내는 몸매, 그리고 미스코리아 출신다운 아름다움. 배우 이하늬(31)는 이름처럼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녀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외모만큼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다.
영화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 제작 유한회사 타짜2문화산업전문회사)은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목숨 줄이 오가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하늬는 100억대 유산을 물려받은 젊은 과부 ‘호구의 꽃’ 우사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끝까지 알 수 없었던 여자, 우사장의 매력
이하늬는 시나리오를 읽고 우사장의 매력에 푹 빠졌다.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하늬가 굳이 이 캐릭터를 하겠느냐’고 했단다. 그럼에도 이하늬는 우사장이 되고 싶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전작인 뮤지컬 ‘시카고’를 통해 무대 위에서의 망가짐에는 단련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 변신을 위한 선택도 아니었다. 단지 매력 넘치는 우사장 캐릭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타짜2’에 과감하게 몸을 실었다.
“이런 캐릭터를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덤볐어요.(웃음) 매력이 많기 때문에 하게 됐죠. 단면적인 삶이 아니라 다각도로 캐릭터가 구축되어 있어요. 우사장은 남자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고 여자로 박복할 수도 있는 삶을 살았어요. 돈은 많지만 여자로는 기구하지 않나요? 그래서 전사들을 많이 생각했고, 같은 여자로 짠하고 그런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사장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기구하죠. ‘내가 무슨 어떤 피해를 끼쳤어? 내가 피해자야’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요. 당당하고 순수하게 저지르죠. ‘넌 악녀야’라고 이야기하기 민망해요. 만약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왜’라고 할 스타일이죠. 뻔뻔하고 솔직한 게 매력적인 친구예요.(웃음)”
조증과 울증. 모든 감정이 필요했다. 이하늬는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향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억울하면 눈이 부르르 떨리며 울어버리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우사장의 아이 같은 면과 대길에게 다가가기 위한 모습들. 영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를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상황에 맞춰 연기했다. 캐릭터가 갖는 감정들을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하늬는 그런 우사장을 ‘끝까지 모르겠는 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대길이에게 뒤통수를 치기 전과 후가 시퀀스가 나뉘어요. 첫 등장부터 미스터리하고 매력 있어요. 사랑스럽기도 하면서 맹하죠. 처음엔 대길의 판타지 안에서 같이 에너지가 넘쳐야 돼요. 그런 초반 분량과 중반 재등장 할 때의 우사장을 다른 느낌으로 잡았어요. 그때는 대길도 관객도 이미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잖아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여자처럼, 갈 곳까지 간, 더 이상 갈 데도 없는 여자죠. 그런 모습을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초반 판타지 같은 여자일 때는 ‘오~’ 이랬다면, 나중에는 ‘음~’ 그런 여자예요. 현실에 박혀있는 여자였던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초반 분량은 조증에 가깝게 통통 튀게 했어요. 그런데 에너지나 호흡도 그렇고 초반에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후반으로 갈수록 무게가 겹겹이 쌓였던 것 같아요. 전사부터 중간 점프했던 부분, 그리고 후사까지 겹쳐서 캐릭터가 너무 깊어진 거예요. 스스로 전사를 너무 세게 간 것 같기도 해요.”
◆ 엄친딸, 서울대, 미스코리아...이하늬를 둘러싼 이미지
이하늬는 2006년 제50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에 당선됐다. 더불어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그녀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연예계 데뷔와 동시에 ‘엄친딸’의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불안했다. 좋은 이미지든 나쁜 이미지든 이하늬와는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실제 이하늬를 만나는 사람들은 ‘이미지와 정말 다르다’는 말을 했다. 섹시하고 도도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데뷔했기에 감수해야하는 부분이었지만 때론 스스로의 이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풀어지고 맹해지고 백치미 있는 이하늬와 가까워 지고 있단다.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를 통해서 실제 이하늬의 모습과 비슷한 면들이 드러난 것. 이제는 목욕탕에서도 이하늬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 사람들을 볼 때 기분이 좋다고.
“‘사남일녀’에서 완전 뽀록났죠. 감추고 싶어서 감춘 건 아닌데 그동안 잘 메이킹 된 것 같아요. 이제는 홀가분해요. 섹시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인정하기 시작했죠. 처음엔 섹시함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왜 캐스팅할까 하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섹시하다기보다는 이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싶은 거죠. 원래도 빨간색보다 파스텔 색을 좋아했어요.(웃음) 어렸을 때는 그런 이미지가 속상하기도 했고요. 털털하고 밝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데 지적이고 섹시한 캐릭터를 언제까지 해야 되나 싶었어요. 아마도 목소리 때문에 전문적이고 지적인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해요. 이제는 목소리에 콧소리를 넣고 살짝 느리게 말하면 맹해 보인다든가 지적인 목소리를 낼 때는 이렇게 하면 된다든가 하는 것들이 쌓인 것 같아요. ‘물 좀 줘’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그때그때 마다 꺼낼 패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게 저라고 정의 못 내리겠어요. 점점 다중이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해요. 복잡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이하늬는 뒷부분을 찍으며 정말 힘들었단다. 잠깐 등장하는데 눈물을 흘리고 가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시간을 요청했다. 화면에 등장하지는 않는 시간동안 사람들이 우사장을 때릴 수도 있었기에 울고 난 상태로 촬영했다. 특히 눈물자국은 있지만, 많이 울다가 나중에 약간 끅끅거리는, 울음이 미약하게 남아있는 정도를 표현하려고 했다. 또 이하늬는 대길이 우사장의 추한 모습을 본 만큼 대길을 어떤 눈빛으로 볼까도 생각했다. 대길이를 연기하는 최승현을 본 순간 ‘왜 대길과 내가 여기 있고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나? 난 너를 사랑했는데 넌 사랑했니?’ 그런 생각들이 들었단다. 하지만 미나가 보이는 순간 여자로 치욕스러웠고 스스로 문을 닫아버린 것 같다고.
“우사장을 보면 짠해요. 모두가 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버림받는 캐릭터잖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외모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쓰고 찍었어요. 우 사장의 첫 등장은 누구보다 매력적이어야 되고 아름다워야 하잖아요.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정말 나를 위해 애쓰셨구나 싶었어요. 누가 봐도 꺾고 싶어야 하는 꽃인데 그렇게 해주셨어요.(웃음) 물론 중후반으로 갈수록 그 후광을 거둬가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좋았어요. 점점 일그러지고 못생겨지고 한 많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어요. 아무리 예뻐도 수심이 가득하고 짜증난 표정은 못나 보여요. 그런 얼굴을 찾으려고 했고 못생긴 얼굴도 잡아달라고 했죠. 머리채 잡혀서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몸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찍고 나서 3일 정도 몸이 아프고 끙끙 앓았죠.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머리채를 잡는데 저절로 발악이 나왔어요. ‘살려주세요. 장동식이 그랬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진심에서 우러나왔어요.“
◆ 30대, 이하늬 설명서를 알아가고 있는 중
이번 작품을 위해 화투를 배웠다. 원래는 전혀 몰랐다고. 쉬는 시간 배우들과도 화투를 쳤다는 이하늬는 “옆에선 하우스가 열렸는데 저만 아장아장 했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도박에 관심이 없는 편임에도 재미있었단다. 스톱을 안 하면, 계속 고를 외치게 되는 화투의 매력에 빠졌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천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패를 계산하거나 패가 짝짝 붙는 분들을 보면서 감탄했다고. 촬영 이후 가끔 치고 있지만 즐겨 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또한 더욱 완벽한 우사장이 되기 위해, 노출신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다.
“노출신 힘들었죠. 쉽지 않구나 싶었어요. 운동을 많이 했어요. 수영복 화보를 찍은 것도 ‘타짜2’를 위해 깃발을 꽂았으니 또 언제 해보겠나 싶어서 한 거예요.(웃음) 사실 마르게 태어난 건 아니에요. 골격이 있고 서구적인 체형이거든요. 뼈를 깎을 순 없잖아요. 그래서 태생적으로 가진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최대치로 좋은 에너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집중했죠. 사실 여배우로 내려놓은 부분도 있어요. 배고파서 힘없고 짜증내고 이러는 것 보다는 조금 오동통해도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여리여리함을 가지고 있고 그런 모습이 잘 어울리는 배우들도 있어요. 보통 여배우를 꽃에 비유해요. 장미는 장미라서 예쁘고 모란은 모란이라 예쁘잖아요. 연꽃 보셨어요? 진짜 큰데, 누가 연꽃이 크다고 뭐라고 하겠어요. 그 자체로 우아하고 아름답잖아요. 꽃들이 서로 다른 꽃을 부러워할 필요 없지 않나요?(웃음)”
이하늬는 20대 초반 트레이너가 30대를 위해 몸을 만들고, 40대를 위해 30대에 몸을 만들라는 조언을 흘려들었단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걸 톡톡히 느꼈다. 20대에 복근을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이번에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거란다. 그는 “그 흔적으로 탐사대를 보내서 가까스로 파냈는데 거의 불가능이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20대를 바쁘게 보낸 이하늬는 이제 30대의 아름다운 여배우가 됐다. 이제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을 알 것 같단다.
“20대에 도전도 많이 하고 해볼 거 다 해보자고 생각했고 30대에는 안착하자고 그랬어요. 호기심도 많고 후회하는 걸 싫어해요. 그렇게 다 해보니까 후회되지 않는 것 같아요. 타고난 에너지가 많아요. 여러 가지 변수를 겪으면서 많이 마모되고 욕심도 버리게 된 것 같아요. 바위가 구르면서 이끼가 조금 낄랑 말랑 하는 것 같아요.(웃음) 사실 20대 후반 뒤숭숭했어요. 그래서 30대를 잘 보낸 언니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여자 30대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또 40대는 육아를 해야 돼서 힘든 부분이 있는데 뭘 해야 될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좋은 걸 먹고 보고, 또 좋은 걸 봐도 알고 느끼기 때문에 다르다고 말해줬어요. 언니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같은 그림을 봐도 이제는 저 그림이 그래서 나왔구나. 그런 걸 느끼게 됐죠. 이제 저란 사람을, 이하늬 설명서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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