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데로, 원·엔 환율의 추락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른바 `엔저공포`가 우리 경제에 엄습하고 있는 모습인 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경제팀 이준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원·엔 환율이 왜 이렇게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원·엔 환율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쉽게 말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글로벌 달러화는 강세 현상을 이어가고 있는 데요,
미국의 경제상황이 생각보다 좋아지면서 미 연준도 금리를 예정보다 빨리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엔화 뿐 아니라 유로화 등 주요 선진국의 통화도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엔화의 경우 일본의 추가적인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아베 정부가 지난 4월 소비세율을 올린 이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면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내일로 예정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이같은 기대감이 더욱 부각된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엔저 현상은 일본연금이 해외투자 비중 확대가 추가 부양책보다 더 큰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원·엔 환율도 연일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데요,
원·엔 환율은 지난달 14일부터 100엔당 1천원을 밑돌기 시작해 이제는 970원선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원·엔 환율이 계속 하락하다 보면 우리 경제, 특히 수출기업들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일본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수출 경쟁을 하다보면 가격 요인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데요,
엔저 현상이 지속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기업들의 제품은 가격 측면에서 일본 기업에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원·엔 환율이 연평균 1천원일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이 1년전보다 7.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연평균 1천123.8원을 기록했는 데, 현재 수준을 이어가다 보면 평균치도 1천원선을 밑돌 수 밖에 없죠.
예를 들어 올해 윈·엔 환율이 연평균 950원을 기록할 경우 국내 총수출은 1년전보다 9.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엔저 현상으로 가장 타격이 심각한 업종은 석유화학, 철강 등이 꼽히고 있는 데요,
올해 원·엔 환율이 연평균 1천원을 기록하게 되면 석유화학 수출은 10.8%, 철강 수출은 10.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업종은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공급과잉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환율 문제 등 외적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밖에 기계와 IT, 자동차 수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감소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가전의 경우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탁월한 데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워낙 높아 원·엔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엔저 공포감이 경제 전반에 엄습한다는 것은 심리에 가장 민감한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죠.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국내 증시는 이번주 들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이끈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엔저 여파가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데요,
실제 엔저 현상이 핵심 수출업종인 IT와 자동차 등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낙폭이 큰 모습입니다.
문제는 엔저 현상이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 아닌 데 있습니다.
엔저 현상이 점진적으로, 또 추세적으로 이어지게 되면 수출업종이 많이 분포한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의 환율 문제에 대한 압박감도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저 속도와 강도가 지난해처럼 빠르고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에도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보신데로 정부가 원·엔 환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직접 개입하기도 힘든 상황인 데,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요?
<기자>
원화와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하는 재정환율, 즉 두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따집니다.
때문에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처럼 구두개입을 하거나 직접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고 원·엔 환율의 하락세를 방치했다가는 우리 기업의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더 나아가 `내외수 복합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환율 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주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외환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미세조정에 나서 급변동을 줄이고 과도한 쏠림 현상도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수출제품에 대한 비가격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출 산업의 환율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기술력 제고와 브랜드 가치 향상, 마케팅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인 데요,
이렇게 해야 외환시장이 출렁일 때 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악영향도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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