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바깥 나들이를 삼가고 실내에 있으라고 대부분 권장한다. 하지만 집안에서도 여러 가지 미세먼지 유발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흡연자가 있는 경우 담배 연기는 직접적인 미세먼지 수치 상승의 원인이 되며, 가스 불을 켜거나 집안에 먼지가 쌓여 있어도 집안 공기 질은 나빠진다.
그렇다면 여름철 필수 냉방기기인 에어컨은 어떨까. 시원한 바람을 내놓는 에어컨은 가정과 사무실 어디든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원하긴 하지만 공기 중 습도를 낮춰 잘못하면 건조해지기 쉽기 때문에 피부 보습에 신경써야 한다는 말은 종종 듣지만, 공기 질과의 연관성은 아는 이가 드물다.
BRAMC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 `Air Quality Monitor`를 이용해 냉방과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간단한 시험을 해 보았다. 이 측정기에서 PM 2.5(초미세먼지 농도)는 40 이하(양호), 40 이상 150 이하(나쁨), 150 이상(위험)으로 나뉘고,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농도)는 1.0 이하(양호), 1.0 이상 2.0 이하(나쁨), 2.0 이상(위험)으로 나뉜다.
서울 지역 미세먼지 수치가 `약간 나쁨`이라고 발표된 날 낮 시간, 서울 강남 대로변에 있는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미세먼지 측정기를 가동시켰다. 미세먼지 농도는 500을 가뿐히 넘어, 무려 529에 달했다. 그러나 창문을 닫아 보니 미세먼지 농도는 점점 떨어져 434, 117, 113 순으로 변화했다. 창문을 닫고 냉방을 가동시키자 100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정체됐다. 대기 질이 나쁜 날에는 창문을 여는 게 오히려 독이라는 점은 이 과정에서 입증됐다.
그러나 궁금한 것은 실내 냉방의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이었으므로, 냉방을 하고 있지 않은 다른 사무실로 측정기를 옮겼다. 냉방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무실 온도는 24.9도에서 26.4도로 올라갔다. 그러나 미세먼지 농도는 59로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 실험으로 봤을 때는 냉방이 미세먼지 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 생산사인 BRAMC 관계자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것이 대기 질엔 더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확히는 냉방 기기에 공기청정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가 미세먼지 수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공기청정 기능이 장착돼 있는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는 냉방을 안 했을 때보다 미세먼지 수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냉각기능만 있는 에어컨인 경우에는 오히려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BRAMC 관계자는 "최근에는 실내에 쌓인 먼지 때문에 실내가 더 미세먼지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집안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잘 관리하고, 기왕이면 공기청정기를 가동시켜 실내 대기 질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호흡기 건강의 지름길이다"라고 전했다.
한국경제TV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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