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이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에는 아직도 주식을 생산수단의 소유권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주식시장에 투기적 요소가 없을 수 없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변동성이 심하고 불안정해서 선진투자시장으로 가는데 큰 장애가 된다.
최근 대내외적인 호재들로 인해 철벽처럼 굳건하던 코스피 횡보장세(1950~2050p)가 추세적 상승분위기로 전환한 듯하다. 하지만 시장을 서둘러 빠져나간 투자자나 초단기투자로 수익을 추구하던 개인투자자들에겐 남의 얘기가 되고 있다.
‘위기에 끝’ 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응집력 있는 매매로 추세가 급변하자 같은 시기 시장에 참여했던 내국인 투자자(기관, 개인투자자)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주식시장 거래부진과 펀드 대량 환매 속에서 각 투자주체의 행보는 달랐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식 거래대금은 666조8천102억 원에 그쳤다. 이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서 12.5% 줄어든 수치이고, 최고점인 2011년 하반기 1천142조5천841억 원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다.
투자주체별 매수/매도 상황을 보더라도 연초 이후 8월 초까지 외국인 누적순매수 규모는 6.4조원에 이른다. 반면에 기관과 개인은 각각 4조2000억 원, 1조6000억 원을 순매도 했다. 갈수록 외국인들의 시장 장악력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외국인들이 보유한 국내주식규모는 전체 시가총액 1300조 원 중 약 32%다. 그 중에서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 내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곳이 8개다. 상위 20위권 기업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국내실정에 비춰볼 때 질적인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시장 장악력은 절대적이다.
모처럼 금융정책당국이 발표하는 투자시장 살리기 정책들이 주가와 관련펀드에 영향력 있게 반영되고 있다.(예: 배당주펀드의 인기) 또 주식시장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 규모 (약 16조원)를 비롯한 증시 자금들이 모처럼 늘어나고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우듯” 이번 상승장을 이용해 그간 내팽겨 치듯 방치됐던 국내투자자들의 시장 주도권을 외국인에게서 되 찾아와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세에 눌려 언제까지 정상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휘둘리기만 할 것인가.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한국금융투자시장을 외국인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공간이 아닌 알찬 내국인들의 재테크의 공간으로 거듭 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시장 내에 만연한 패배의식과 위축된 투심(投心)을 깨우는 시장리더들의 인도가 절실하다. 원칙과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만 늘어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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