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에서 저성장에도 고용은 늘어나는 `성장 없는 고용`이 전개되고 있으나, 저성장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고용 없는 저성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저하현상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뚜렷해 자칫 저소득으로 평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저성장 국면으로 줄어든 일자리를 많은 사람이 나눠 가지면서 저소득 현상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9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가에서 고용은 늘어나는 데 성장의 활력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는 취업자 일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지만, 고용증가율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등 대부분 선진국에 비해 노동생산성 하락폭이 크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취업자수는 연평균 40만명 내외 증가했는데, 이는 2000년대 평균 증가폭 32만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취업자는 60만명이나 늘었다. 이와 달리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평균적으로 4.7% 상승했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2.8% 상승폭이 둔화됐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수출둔화에 따른 제조업의 성장기여도 저하, 노동집약산업 감소추세 둔화와 경공업부분 해외생산기지 이전현상 둔화, 고령층과 여성 중심의 노동공급 증가, 비제조업부분 수요확대 부진 등을 노동생산성 둔화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성장과 고용의 괴리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선진국 부채조정과 자본공급 조정이 지속되고 국내 노동공급 증가현상도 이어지면서 성장에 비해 고용상황이 양호한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수석연구위원은 "경제의 고용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장 둔화가 지속되면 결국 고용상황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부진한 수요를 많은 사람이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저소득으로의 평준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장이 없는 고용현상이 당분간 나타날 수 있으나, 생산성 향상이 담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저성장으로 고용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본에서도 장기침체 초기에 취업자 증가현상이 고통을 완화해줬으나, 저성장과 저고용이 장기화됐다.
그는 "우리나라는 조만간 인력부족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적 측면에서 노동을 많이 사용하는 경제로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 내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경쟁력 있는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나아가 새로운 내수시장을 많이 만들려면 더욱 과감한 규제 완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