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 활동에 임하는 배우가 있다. 코믹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주연 자리에도 우뚝 선 배우 김인원이 그 주인공이다. ‘마이웨이’ 등 조연부터 ‘퀵’, ‘방가? 방가!’, ‘전국노래자랑’, ‘신이 보낸 사람’ 등 주연 자리에 오르며 꾸준히 연기 활동에 매진한 그가 꽁수로 돌아왔다.
영화 ‘신의 한 수’에서 김인권이 연기한 꽁수는 입으로 먹고 사는 생활형 내기바둑꾼이고, 실력보다는 입과 깡으로 버텨온 운 좋은 허당 바둑인이다. ‘멀티 캐스팅’이란 말이 있듯이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유일하게 말도 많고 장난기 가득한, 허당의 모습을 보여준 김인권은 꽁수를 어떻게 연기했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꽁수가 멋있는 캐릭터는 아니죠”‘신의 한 수’에는 정우성, 이범수, 최진혁, 안성기, 이시영, 안길강이 묵직한 캐릭터로 출연한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말 많고 겁도 많은 꽁수 역을 맡은 것이 바로 김인권이다. 그는 꽁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꽁수가 멋있는 캐릭터는 아니죠. 색깔로 치면 태석(정우성 분)이나 살수(이범수 분)은 남색 분위기라면 꽁수는 수채화 같은 느낌인 거 같아요. 쭉 퍼져 있는 느낌. 윤활유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요? 조연으로서 최대한 리액션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욕심이 나더라도 조연으로서 충실하자 싶었죠. 감정도 틀리지 않게 노력을 했고, 브리핑하고 연구하고, 또 연구하면서 꽁수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됐죠”
그는 조연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 ‘해운대’ 등 천만 영화의 흥행 일등 공신으로 불린다. 코미디, 감동, 메로 모든 장르에 능한 김인권은 ‘신의 한 수’에서 코믹한 캐릭터다.
“감독님이 꽁수는 톤도 더 높아야 하고 동작도 컸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가볍고 기동성 있으면서 다른 캐릭터와 어울려야 한다고 하셨죠. 꽁수의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캐릭터를 살리는 것보다 극을 더 매끄럽게 해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강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니까 꽁수는 목넘김이 좋은 캐릭터였으면 했죠”
“안성기 선생님에게 반말 연기, 쉽지 않았죠”‘신의 한 수’에서 김인권은 주님(안성기 분)에게 반말을 한다. 진중하고 진지한 영화 분위기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꽁수 역을 맡은 김인권은 주님에게 넉살 좋게 다가가고, 눈이 보이지 않는 주님을 겉으로는 무심한 척 하지만 면도를 해주고 정장을 골라주는 등 세심함을 보인다. 대선배이자 존경하는 선배 연기자인 안성기와의 연기에 대해 김인권은 “주님하고 꽁수는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를 알아가잖아요. 세대를 건너뛰는 우정이 생기는 거죠. 안성기 선배님과의 연기가 무척 기대됐어요. 반말로 연기하고 면도를 해주는데 참 어려웠죠. 촬영이 끝난 지금도 어려울 정도로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어렵더라도 편하게 하라고 하시니까, 예의에 어긋나지만 반말도 한 거죠”
“역할에 맞게, 욕심 부리지 않으려 해요”말 그대로다. 김인권은 영화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고,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작품에만 임했다. 그는 “조연이 어떻게 해야 되고, 주연이 어떻게 해야 되고. 역할에 맞게 욕심 부리지 않으려 해요. 주연은 티켓 파워야 있어야 하잖아요. ‘전국노래자랑’은 여러 캐릭터들이 나와서 주연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티켓파워가 없는 배우에게 시나리오가 안가고, 시작 자체가 안 되죠. 주연을 오간다고 할 수 없고, 시나리오가 좋고 취지가 좋으면 출연해요. ‘신의 한 수’가 잘 돼서 꽁수도 잘 되면 주연이 실현되지 않을까요?”
배우 김인권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주연과 조연, 가리지 않고 굵직한 작품에서 캐릭터를 살려내면서 연기력을 입증 받은 그는 한없이 겸손하고 유쾌했다. 특히 그는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타짜2’, ‘쎄시봉’에도 출연한다. 2014년에만 무려 4편의 영화를 찍은 그는 “티켓파워 생기면 집에 쌓여 있는 코미디 영화 할 거다”며 웃음 짓기도 했다. 배우로서 욕심도 많고, 코미디 영화에 대한 애착 또한 버리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청소년 관람 불가에도 불구, 개봉 10일 만에 200만 돌파를 한 그는 ‘신의 한 수’에 대해 “머릿속에 펼쳐지는 싸움이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 영화계의 자존심이다. 선배들 중에 이 선배를 만나면 무서울 거 같다고 생각했던 안성기, 이범수, 정우성 등이 나온다. 한국 영화의 자존심으로서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사진=민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