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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인터뷰] '신의한수' 정우성,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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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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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여자들에겐 꿈의 이상형인 배우 정우성(41). 그가 이번엔 흰 슈트와 위협적인 딱밤, 날렵한 액션을 들고 관객들을 찾았다. 바둑과 액션의 조합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역시 정우성의 모습이다. 찌질하고 어수룩한 프로바둑기사에서 복수를 위해 내기바둑의 세계에 뛰어드는 모습까지.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옳았다.



    정우성 안성기 김인권 안길강 이범수 이시영 최진혁 등이 출연하는 영화 `신의 한 수`는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바둑판에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액션영화다. 2일 전야 개봉 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태석 역의 정우성은 첫날 흥행 소식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예상 못했다.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긴 했다. 촬영장에 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야호’라고 소리를 질렀다”라며 웃어보였다.

    ◆ `신의 한 수`는 나름의 노림수였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정우성에겐 4~5년의 공백이 있었다. 정우성은 매니지먼트 독립과 감독 입봉 준비, 글로벌 프로젝트 등으로 의도치 않게 공백기를 가지게 됐다. 예상외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갈증이 생겼다. 특히 한국영화 시장에서 좋은 영화들을 보면서 “빨리 보여줘야지, 정신차리자”라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렇게 정우성은 ‘신의 한 수’를 선택했다.

    “‘놈놈놈’ 이후에 4~5년 공백이 있었어요. 그 공백을 메꾸고 싶었고 데뷔 20주년이 됐어요. 관객이 보고 싶은 건 ‘뭘까’를 생각했어요. 그러면 액션과 멜로인데, 멜로는 정서적인 동요를 구하기 어렵지만 액션은 타당성만 있고 새로운 스토리로 전개되면 멜로보다는 전달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액션 시나리오를 찾았고 ‘신의 한수’를 봤어요. 제가 바둑을 모르는데도 재밌고, 시나리오 덮었는데 생각나더라고요. 영화 엔딩도 그렇고 다음편이 기약되는 점도 좋았어요.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심해서 선택했지만, 영화를 선택할 때 전략적이진 않다. 상업적인 성패를 생각하면서 고를 순 없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그건 엄청난 사람이다. 다만 그에겐 공백기를 채우고 싶은 어떤 ‘노림수’가 필요했다. 정우성은 과거 관객을 배려하기보다는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는 스타일’이었다고. ‘신의 한 수’는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였고, 관객들이 즐거워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나름 노림수였죠. 패착이 될 수도 있었어요. 액션만큼은 제대로 보여줘야지 생각했는데 절묘하게 잘 맞아서 감사하죠.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선택할 때 흥행을 생각하기보다는 ‘재미있나, 없나’로 보는 편이에요. 액션 영화는 오랜만이었고 시나리오도 많이 읽었죠. ‘신의 한 수’는 신선했어요. ‘타짜’랑 비슷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타짜는 고스톱이고 저희는 바둑이죠.(웃음) 바둑은 진짜 묘한 것 같아요. 저도 바둑을 잘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둑은 어렵고, 바둑으로 재미를 주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신의 한 수’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바둑을 이렇게 풀 수 있나 싶기도 했어요.”



    ◆ 마지막 액션신의 흰 슈트는 정우성의 아이디어

    조범구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정우성은 영화를 먼저 시작한 경험치를 감독이 존중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저의 경험에 대해서 믿고 존중해줬어요. 무술감독과 정우성이 하면 믿고 담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포용해주셨던 것 같아요”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특히 ‘신의 한 수’에서는 태석의 액션도 무척 중요한 요소였기에 자신의 의견을 냈다고.

    “‘신의 한 수’ 시나리오 자체가 다양한 요소의 장점들이 있어요. 태석은 마치 액션 히어로의 탄생 비화를 보여주는 캐릭터 같아요. 복수의 과정도 보여주고요. 챕터(chapter)를 넘어가고 미션 하나하나를 격파해나가요. 제가 크게 시나리오에 의견을 낼 필요는 없었어요. 다만 태석이의 의상 콘셉트나 액션 합에 대해서 의견을 냈는데 현장에서 실현되게 해주셨어요. 어느 부분이 딱 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큰 부분에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정우성이 낸 의견은 마지막 액션에서 보여준 태석의 의상 콘셉트다. 그는 우리나라 액션장르에서 의상, 특히 옷 색깔을 다양하게 입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의 한 수’는 시나리오도 만화 같고, 가볍게 보이고 싶었단다. 태석이 갖고 있는 과제는 ‘형의 복수’라 무겁지만 과제를 시행할 때는 가볍게 보이고 싶었고, 마지막 액션에서 과감하게 흰 슈트를 입었다. 바둑의 ‘흑과 백’ 콘셉트와도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마지막 장면 액션을 특히 신경 썼어요. 다행인 게 액션 장면이 비슷한 상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컨테이너와 딱밤. 이런 식으로 작가분이 공간과 액션 성향을 나눠주셨고 그 성향에 충실했죠. 그래서 액션을 다르게, 더 잔인하게 하자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살수(이범수)와의 액션에서도 주님(안성기)이 품고 다닌 칼로 복수하죠. 주님 칼을 뺏어서 살수가 주님을 해하잖아요. 그렇기에 그 칼로 모두의 복수를 대신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 `신의 한 수` 딱밤과 바둑의 공통점이요?

    정우성과 이시영의 베드신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촬영은 진행되지 않았다. 정우성은 조범구 감독의 생각처럼 베드신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꼽과 태석의 키스 장면 역시 살수가 보는 화면 안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단다. 호감을 가진 두 사람이 만약 이루어졌다면 후속편에서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배꼽에게만 면죄부를 준 이유에 대해서는 “배꼽은 이용당하는 사람이고 약자죠. 악의 행위보다는 바둑을 두는 존재고, 배꼽의 바둑을 나쁘게 이용하는 건 살수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여자죠”라며 웃어보였다.

    “액션 수위는 딱 적절해요. 이 영화의 콘셉트에서는 적절한 것 같아요. 오락영화구나 싶은 장면은 딱밤신이죠. 딱밤 내기지만 잔인하게 표현 됐어요. 바둑기사는 손가락으로 모든 수를 움직이잖아요. 절묘하게 딱밤도 손가락으로 해요. 그런 위트가 잘 먹힌 것 같아요. 딱밤 내기를 보면서 관객의 마음이 확 풀리면서 영화 안으로 확 들어오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딱밤을 때릴 때는 정말 미안했어요. 여러 번 가야되니까. 더구나 내기가 딱밤 10대였죠.(웃음) 현장은 즐거웠어요. 모든 장면을 진지하게 촬영했어요. 하지만 딱밤 촬영도 재밌었고 마지막 액션에서도 육체적인 짜릿함이 느껴져 즐거웠어요.”

    정우성은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도 액션을 계속 해보고 싶다고. 멜로도 액션도 모두 그에겐 재밌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코미디는 아직도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랬기에 태석이 울며불며 무릎 꿇고 두 손을 비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이유가 있고 진지한 망가짐은 언제나 환영이다.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사실 ‘망가진다, 망가지지 않는다’는 개념이 없었죠. 연기에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20대의 정우성일 때는 대부분의 관객이 원하지 않았어요. ‘똥개’에서도 정우성이 ‘왜 저래’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저는 대화를 하려고 테이블에 앉았는데 관객들은 뭐지 싶었던 것 같아요. 다만 지금은 오랜 시간 절 보고, 저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런 대화를 시도해도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요. 이미지로 고착되는 시점은 지났죠.”

    ‘화보인생’이라는 말에는 쑥스러운 듯 눈을 굴리며 웃어보였다. 그런 그도 어느새 데뷔 20주년이 됐다. 흥행에 대한 집착은 없지만 흥행하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을 충족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정우성은 “그렇게 바라봐주고 바람을 가져준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 ‘마담 뺑덕’ ‘나를 잊지 말아요’로 관객들과 만남을 준비 중인 그는 “배우는 촬영할 때 멋있다”며 앞으로도 선후배에게 “열심히 일하는 동료”이고 싶단다.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자신의 관심사는 언제나 ‘영화’라며 배우로도 감독으로도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고.

    “앞으로 20년 생각하면 이제 ‘신인’이구나 생각해요. 20년 전 돌아보면 아무것도 할 줄 몰랐고 의욕만 앞섰고 꿈에 대한 열정으로 했었죠. 앞으로 20년 생각해 볼 때는 더 잘할 수 있는 ‘준비된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더 재밌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웃음)”(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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