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경제는 3년 전에 발생했던 유럽위기 극복의 가닥이 잡히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이 오랜만에 회복국면에 진입했고 유로 지역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다 2분기 들어 7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계경제는 선진국은 뜻하지 않았던 테일 리스크(tail risk), 신흥국은 구조적인 문제(structural problems)로 연초 전망에 비해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올 1분기 찾아온 혹한과 같은 날씨요인으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돼, 상반기 내내 부담이 됐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초기 고도성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구조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올 하반기를 앞두고 각국이 또다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일본은 기존의 금융완화 기조를 재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내내 디플레 부담에 시달렸던 유럽은 마이너스 예치금리제를 도입하는 등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은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미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고, 30년 만에 단독 모디 정부를 출범한 인도는 대대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과 경제 여건이 여전히 취약한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회복세가 완전한 회복국면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잠재적 위험요인, 즉 테일 리스크(tail risk)1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위험요인으로는 선진국의 전반적인 노동시장과 신용여건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 시행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는 △신흥국 리스크 △유로 지역의 높은 실업률로 인한 사회불안 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세계경제 성장구조의 특징을 △저성장 △성장동력 이동 △하방위험 존재 등 세 가지로 압축하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은 재정과 관련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고하고 출구전략의 시행에 있어 대내외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해 속도와 강도조절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유로 지역은 금융시스템 개혁과 은행동맹(banking union)을 서둘러 추진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중장기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사회보장제도 프로그램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고, 신흥국은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야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올해 세계경기는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세계경제를 이끌어 왔던 신흥국 경기 부진으로 성장률 수준은 낮아질 전망이다. IMF가 올해 4월에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한 반면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2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수정의 주된 이유로는 △테이퍼링을 필두로 Fed의 단계별 출구전략 시행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둔화 등을 꼽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어왔던 신흥국은 구조적 문제와 중국의 성장모델 전환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고성장으로의 회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세계은행도 올해 6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에서 2014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8%로 0.4% 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2015년 전망치는 종전 수준인 3.4%를 그대로 유지했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의 성장률이 한파 등의 영향을 고려해 2.8%에서 2.1%로 큰 폭 하향 조정됨에 따라 종전 2.2%에서 1.9%로 수정됐다.
신흥국의 성장률도 브라질, 인도 등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종전의 5.3%에서 전년과 동일한 4.8%로 0.5%p 하향 조정했다. 특히 신흥국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지금의 7%대의 낮은 수준이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 신흥국 경제를 쉽게 끌어 올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2015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주요국의 회복세 확대를 반영해 2014년 2.8%보다 높은 3.4%로 전망했다. 선진국에서는 그 동안 성장을 제약하던 재정건전화의 영향이 줄어들고 노동시장 개선 꾸준한 수요증가 등으로 회복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신흥국의 성장률도 2014년 4.8%에서 2015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4%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에 내재한 단기위험은 줄어들고 있으나 중기적인 위험요인들이 잠재되어 있는 만큼 신흥국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한 잠재성장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 추진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재정건전성 강화, 통화정책의 정상화, 유로지역의 디플레이션 우려, 생산성 확대를 위한 구조개혁 등이 중기적인 위험요인으로 잠재해 있다.
신흥국도 2014년 4월 이후 나타난 자금유입 확대, 금리하락 등이 대출 및 수요급증으로 이어질 경우 취약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태국, 이라크 사태 등으로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도 신흥국 경제를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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