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검사와 제재 권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 내부에선 금감원이 KB금융지주에 대해 기관경고를 통보한 것도 금융지주회사법 특례조항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감독규정만 믿고 무리한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위는 검사와 제재에 대한 금감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금감원은 검사 결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해하거나 금융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재심의 이전에 금융위에 보고해야 합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가 크게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로 나눠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사안을 금융위에 사전 보고하라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회사 검사에 대한 모든 사항을 제재심의도 거치기 전에 금융위에 사전 보고하게 되면 검사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중징계 사안의 경우 당사자에 대한 사전 통보와 의견 청취를 금감원이 아니라 금융위가 직접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는 징계수위와 관계없이 금감원이 사전 통보와 의견 청취를 실시하고 금융위는 금감원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구조였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금융회사 제재와 관련된 금감원의 권한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감독과 검사, 제재 관련 권한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0년에는 금융위가 금감원장에게 부여된 은행 제재 권한을 모두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금감원과 마찰을 빚은 바 있습니다.
또 2011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와 관련해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 권한을 무력화 시키고 검사 권한과 예산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와 금융사 제재권 문제로 촉발된 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마찰을 빚었던 만큼, 이번 사태도 이 같은 갈등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감독 업무를 금융위와 금감원 두 조직이 분담해 처리하는 구조에선 이 같은 형태의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조직을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형태로 통합해 금융감독 기능을 전담하게 하고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게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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