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38)에게 영화 ‘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 (주)AD306 (주)다세포클럽 제작)는 조금 특별하다. 제법 많은 영화를 해왔고, 이미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인 조진웅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영화는 할 때마다 새로운 존재이며, 개봉은 언제나 가슴이 뛰는 일이다. 게다가 ‘끝까지 간다’는 제67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작으로까지 선정됐고, 칸에서 조진웅은 단연 돋보이는 한국 대표 배우가 됐다. 이 정도면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을 수는 없다.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에서 고건수(이선균)가 저지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그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인물 박창민 역을 맡았다.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고건수에게 협박을 가하는 박창민, 그런 박창민의 협박에 어쩔 줄 몰라 하며 팔짝팔짝팔짝 뛰는 고건수의 모습은 관객들의 시선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과 뻥 뚫리는 쾌감까지 동시에 주는 작품. 영화에 대한 반응은 조진웅도 웃게 만든다.
◆ “칸 반응 놀라워... 못 가서 아쉬워”
언론시사회 후 ‘끝까지 간다’에 쏟아졌던 반응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조진웅도 놀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반응이 거짓말은 아니었나보다. 칸에서도 ‘끝까지 간다’에 대한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여기에 조진웅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그 시각 조진웅은 칸이 아닌 대한민국에 있었다.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조진웅의 얼굴에서도 조금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 정확하고 솔직한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칸에 간다고 했을 때 정말 놀랐어요. 그런데 반응 때문에 더 놀랐죠. 사람 사는 게 비슷비슷한가 봐요. (웃음) 그런데 나라마다 리액션의 차이가 있긴 있나보더라고요. 의외의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하기에 깜짝 놀랐어요. 아무래도 정서가 달라서 그런가 봐요. 우리는 작품에서 많이 보는 배우이니까 친근감이 있는데, 그분들은 배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오로지 장면으로만 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참 신기하더라고요.”
영화 ‘끝까지 간다’가 살 수 있었던 건 단연 조진웅 이선균의 조합이었다. 조진웅은 한 살 차이로 형인 이선균을 깍듯하게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친구처럼 편안한 동반자(?)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렇게 훈훈할 수가 없었다. 이선균이 있었기에 그 누구의 이야기처럼 조진웅이 아름답게 미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이런 신선한 조합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고건수는 뭘 해도 안 되잖아요. 안되는데 팔짝거리니까 그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박창민이 아니라 조진웅이라는 사람 자체가 봐도 정말 웃긴 거죠. 형이 정말 열심히 했어요. 무슨 자기가 대학생인줄 알아요. (웃음) 열정 넘치게 ‘한 번 더 하겠습니다’ 막 이러는 거예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이선균! 이선균!’ 외치면서 케이크 촛불을 끄는데 형이 울컥 하더라고요. 그게 참 기억에 남아요. 하하. 형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마초인데 짠한 챙김이 있어요, 술 마실 때 헛개 농축액을 내민다거나 그런 것들? 술 마시자고 칭얼거려도 다 받아줘요. 하하.”
◆ “내 새끼 예쁜건 당연, 영화 예쁘게 봐줘서 감사해”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에서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서서히 등장한다. 조진웅이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제대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이선균이 보여주는 행동들도 충분히 긴장감은 조성되지만 조진웅의 등장과 이선균의 대치가 시작됨으로써 이야기는 끊임없는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이는 빠른 전개로 빛을 발했다. 숨 가쁘게 넘어가는 장면들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편집과 편집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은 관객의 눈을 한 시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졌다 싶었어요. 김성훈 감독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어요. 장면을 드러내는 게 쉽지가 않으니까. 그래서 ‘강단이 있구나’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거의 40~50분 분량을 들어냈으니까 대단한거죠. 후시녹음을 하러 갔더니 ‘많이 들어내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잘되라고 한 거지 같이 죽자고 한 거겠어요? (웃음) 어차피 촬영 작업에 참여한 것은 저고 모든 권한은 감독 거니까 전 그냥 믿고 따르는 거죠. 영화를 보고 나니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됐더라고요. 대단했어요.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어요. 물 먹고 눈병 걸리고 했었는데. 안 나왔더라고요. 하하.”
아무리 영화를 많이 내놓는 조진웅이라도 새로운 영화를 내놓는 마음은 두근두근 콩닥콩닥이었다. “잘되면 좋지 않겠나. 역할의 경중을 떠나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정말 존경스럽다. 그 과정들이 쉽지 않으니까. 태생부터 우량한 영화가 있는 반면, 이 작품은 뭔가 측은한 느낌이다”라는 조진웅. 영화를 많이 찍어도 자기 얼굴이 나와 있고, 자기 작품이기에 어쩔 수 없이 떨리고 조심스럽다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바람직해 웃음이 났다.
“내 새끼 예쁘죠. 그건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엄청 예쁘지?’라고 대 놓고는 또 이야기 할 수 없는 거니까 ‘잘 봐 주세요’라고 하는 거죠 뭐. 영화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는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극장에만 걸려라’라고 했던 친구가 벌써 세상에 나와 많은 이들에게 ‘예쁘다’라는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고마워요. 관객 수에 연연하지 않아요. 전 괜찮아요. 자신감이 생기고, 손가락 발가락이 다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예뻐요. (웃음)”
말 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뻐 “예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어찌 어른(?)에게 그럴 수가 있나. 그저 말을 하는 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 밖에. 항상 강인한 모습만 보여주던 그도 사실은 멜로를 꿈꾸고 있는 남자였다. 진하면서도 슬픈 느낌이 있는 그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나 ‘편지’처럼 기본 공식이 있지만 눈물이 나는. ‘엉엉’ 잘 운다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궁금하다.(사진=퍼스트룩)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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