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의 숨은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던 6월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환거래와 파생상품 시장, 사모펀드 등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건의를 쏟아냈는데요.
하지만 당초 야심찼던 출발과 달리 실제 규제개선의 폭이 크지 않고, 효과 역시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주문한 가운데 시작된 `금융권 규제완화 종합대책`이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9일 자산운용업계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10여차례의 금융업권별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다음 달 중 `숨은 규제` 목록을 발표, 본격적인 개혁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금융투자업계가 특히 강조한 것은 외환거래와 파생상품시장의 규제완화입니다.
<인터뷰>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
"업계에서는 외환문제와 지급결제문제, 파생상품시장 등에 대한 규제완화 요구 목소리가 높다. 파생시장이 현물에도 영향 주는 만큼, 과도한 규제 중 조금만 완화해도 증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이다."
현재 금융투자회사의 외환업무는 외국환 거래법에 따라 한정적으로 열거된 업무로 반경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실무자들은 "과도한 사전신고체계로 인해 일부는 거래자체가 불가능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외환거래가 수반되면 번번이 벽에 부딛힌다"고 토로합니다.
업계는 금융투자회사의 외국환업무범위를 넓혀줌으로써 국내 참여자를 확대하는 것이 외부충격으로부터 취약한 외환시장을 지켜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급격히 위축된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투기거래라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고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생상품은 현물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만큼 파생상품시장의 정상화 없이는 증시 거래 활성화나 IPO 시장 훈풍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또 사모펀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국내 사모펀드의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를 허용해야한다는 내용도 건의됐습니다.
하지만 금융위 측은 파생상품시장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기보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찾는데 집중하겠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일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초반 박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며 시작된 규제개선이 최근 들어서 추진 속도가 줄어들었다"며 "업계 건의사항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또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모를 침체 속 자본시장을 살릴 특단의 조치로 떠올랐던 규제개혁 카드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앵커>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숨은 금융규제` 찾기의 일환으로 각 업권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은 자산운용업계 대표들과 한자리에 모습니다.
현장에 김종학 기자 다녀왔습니다.
운용업계뿐 아니라 사모펀드 업계도 참석했다고 하는데 거론된 내용은 무엇들인가요?
<기자>
이번 간담회에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업계 업계 대표를 비롯해 MBK파트너스, SG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상당수 참석했다.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금융권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공모·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의견 취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자리다.
비공개로 열리 회의였기 때문에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현재 파악된 내용을 짚어보면 영업용순자본비율 산정기준과 자전거래 요건, 헤지펀드 운용에 대한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영업용순자본비율, NCR 산정방식을 현실에 맞게 고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추가로 최소한의 자기자본요건만으로 정하거나 총위험액 산정 방식을 개선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
증권사들과 달리 투자자금을 받아 운용하고 고객자산은 따로 관리하는 만큼 손실흡수능력을 측정하는 NCR을 자산운용사에 적용하는게 맞지 않다는 거다.
예를들어 대형운용사가 해외진출을 시도하려해도 지금의 산정방식대로는 위험자산이 늘어나는 부담때문에 이를 꺼리게 되는 문제가 있다.
또 논의된 내용 가운데 회사채 시장에서 자전거래 요건을 풀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투자자산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한 지금의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최근 롱숏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공모펀드 운용역이 비슷한 전략을 취하는 헤지펀드 운용을 허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초기단계인 한국형 헤지펀드의 가입 금액 기준이 법적으로 5억원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 시장 확대를 위해 이를 낮춰주고, 국내 사모펀드의 헤지펀드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앵커>
업계에서 이같은 의견 내놓은 배경은 뭔가요?
<기자>
제도 개선만으로 당장 업계가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업계가 이런 제안을 내놓는 것은 자본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펀드판매 잔고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말 57%에 달했던 것이 지난해말 34.15%로 대폭 줄었다.
펀드 시장 침체는 따지고보면 주식시장 침체와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 2천선 위에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수년째 박스권을 맴돌면서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해졌다.
주식시장 거래금액도 2011년 10조원이 넘던 것이 지금은 일평균 6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해말 4조원대에서 다소 회복했지만 거래가 크게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모펀드나 투자일임에 비해 공모펀드는 보수수준이 높기 때문에 공모 시장 살아나지 않으면 운용업계 이익하락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결국 공모펀드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이거나 해외 진출 등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인데 규제 완화가 그 방안의 하나로 나온 거다.
다만 이번 간담회 자리가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정도여서 제안된 내용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지는 두고봐야 겠다.
<앵커>
앞서 증권업계도 비슷한 자리를 통해 규제완화를 요구했죠.
<기자>
네 앞서 19일에는 금융위원장과 증권사 임원들이 간담회 가졌다.
규제완화 대책이 이르면 다음달 나올 예정인데 그전에 업계가 의견을 내놓을 마지막 자리나 다름없다보니 여러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가지 짚어드리면 외환거래, 법인지급결제 금지, 파생상품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증권사의 외환거래는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가능한 업무가 제한돼 있다.
최근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외화표시상품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증권사는 외국환은행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보니 이러 저러한 신고사항이 과도하게 많다는 거다.
증권사가 신용파생거래를 하거나 3천만불 이상 차입하면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등 경우에 따라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은행의 규제를 금융투자회사에 적용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풀어줄 경우 외환거래가 늘어 환율 변동성이 낮아지고 IB 업무범위를 해외로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앵커>
법인 지급결제를 금지한 건 왜 풀어달라는 건가요?
<기자>
현재 증권사는 금융결제원에 지급결제망 참가비를 지불하고 해당 망을 이용하고 있다.
개인들은 CMA 계좌 등에 자금을 넣고 계좌이체가 가능한데, 법인들은 증권사에서 직접 이체할 수 없는 여건이다.
증권사들은 대출받은 법인이 증권계좌를 통해 자금을 이체할 수는 있지만 그 때마다 대행 은행에 수수료를 내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는 기업은 거래에 불편이 따르다보니 기업대출 활성화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이밖에 증권업계에서는 파생상품 규제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증권업계 수익원 중에 하나인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코스피200 옵션의 거래 최소단위 이상등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침체가 깊어졌습니다.
거래량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이 되는데 한국거래소 파생상품 순위가 2011년 세계 1위에서 2012년 5위, 지난해 9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증권사들은 사실상 고사상태에 빠진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거래단위를 다양화하고,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제한을 완화안을 건의했습니다.
이밖에 기업의 정상적인 자금조달 수단을 마련해주기 위해 공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허용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앵커>
이같은 제안들이 모두 반영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쉽지 않아보인다.
일단 제안한 내용에 대해 금융당국과 업계의 온도차가 있다.
파생상품 관련해서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조만간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는 했지만 규제완화보다는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업계쪽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3월까지만 해도 규제 적극적으로 풀어줄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말 TF를 구성해 법률 시행령부터 모범 규준, 개별회사별 업무규정을 다 들여다봤는데, 다 합하면 300여개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여파와 잇딴 금융사고로 안전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강해지면서 규제 완화폭도 당초 예상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업계에서도 사실 금융당국이 다 풀어주기를 기대한다기보다는 규제리스크를 줄이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했던 ELW다.
초단타 매매로 시장에서 부작용이 우려되자 단기간에 여러 규제가 쏟아져나왔는데, 12개에 달했던 운용사들이 지금은 1곳 밖에 남지 않았다.
금융위가 연말 파생결합채권 ETN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규제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는 형편이다.
이제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업권별 간담회 마무리 단계인데, 논의된 내용을 검토해 상반기 안에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앵커>
지금까지 증권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