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벼랑끝 싸움으로 치닫던 KB금융과 은행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더 이상 망가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긴급 소집되는 은행 이사회 결과에 따라 향후 KB의 명운이 좌우될 전망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더 이상 상처가 날 곳도 없고 상처가 나서도 안 된다”
전산시스템 교체로 촉발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간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23일 긴급 은행 이사회가 소집됩니다.
서로 생채기를 내는 등 볼썽사나운 이전투구로 몰린 데다 다음달 제재를 앞두고 어느 한 쪽이 다치거나, 최악의 경우 양쪽이 다 상처를 입는 ‘공도동망(共倒同亡)’으로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입니다.
연이은 금융사고로 가뜩이나 안팎의 시선이 싸늘한 상황에서 금감원 특검, 금융소비자단체와 제3노조 마저 회장과 행장에 대한 검찰 고발, 퇴진운동 등에 나서자 진화에 나선 셈입니다.
KB금융과 은행 측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감사 해임안 상정,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은 와전된 측면이 있다며 수습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
“사전에 통보하지 않으면 감사 해임안건 성립이 안된다. 통보 안됐다 3일전에 해야 한다 이사들에게 통보를"
<인터뷰> KB국민은행 고위 관계자
“보류라는 표현보다는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검토를 했었다는 것이지 실행한 적 없다”
김중웅 은행 이사회 의장의 요청으로 소집된 23일 긴급 이사회에는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 박지우 부행장, 6인의 사외이사, 윤웅원 KB금융 부사장 등이 참석합니다.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문제점 등 갈등 전반에 대한 내용, 수습 방안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여 갈등 봉합의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반면 누구의 잘못이냐 등 책임론과 시스템 교체에 문제가 있다 없다 등을 놓고 논쟁과 충돌로 번질 경우 내홍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다시 가처분신청, 감사 해임, 여타 법적공방으로 까지 확대되며 사태는 ‘악화일로’가 불가피해 집니다.
지주와 은행 측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시시비비는 가려야 하겠지만 사태 악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인터뷰> KB 고위 관계자
“화해로 가야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더 상처가 나는 것 보다 이 정도 선에서 그치는 것이 낫다. 여기서 더 나가면 더 나빠질 뿐”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고객정보유출 사고 수습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분명 ‘업친 데 덥친 격’입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이지만 현 수준에서라도 수습에 나설 수 있을 지 아니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지 이번 이사회가 KB 내홍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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