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대내외 변수로 추가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1천원선을 지킬 수 있을 지 관심입니다.
이준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60전 오른 1천33원20전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흘 만에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최근 한달간 원·달러 환율은 무려 4나 급락하며 이제는 1천30원선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지원 키움증권 선임연구원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 여부와 외국인 투자 등에 달려있는 데 경상수지 부분이 가장 컸고 최근에는 월말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유입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점입니다.
달러 가치가 여전히 약세로 방향을 잡고 있는 데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수출 호조 등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팔랐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연구원은 "환율의 적정수준이 1천122원에서 1천134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환율은 지나치게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을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 IMF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저평가돼있다며 권고수준을 960원선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외환당국은 몇 차례 구두경고만 나섰을 뿐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미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균형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위해 외환당국의 안정적이고 효율정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준호입니다.
<앵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주비 기자가 그 원인을 전해드립니다.
<기자>
환율이 한 달 새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해외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원화가 강세를 띄면서 경쟁국에 비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600대 제조 기업들의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천60원대입니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수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만큼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시각입니다.
<인터뷰> 박성욱 금융연구원 박사
"생산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가구성에 있어서 원화 베이스로 된 부분이 많지 않을 수 있거든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기업 전체적으로 플러스가 되고 아니면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하기 힘든 측면이 많이 있죠. 환율이 기업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나 방향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큰 폭으로 떨어졌을 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이 예전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낙관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내수에는 긍정적입니다.
수입품의 물가를 낮춰주는 등 환율 하락이 물가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과 외환보유고 규모를 비춰볼 때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환율 하락이 경기회복에 악재가 되는 과거와 달리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히려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주비입니다.
<앵커>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전과는 달리 원화 강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환율하락 국면에서의 투자전략을 이인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통상 증시에서 원화 강세는 수출주에 부담으로 내수주에게는 호재로 작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30원선을 위협받고 있지만 국내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IT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외국인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율 변동성만 보이지 않는다면 크게 우려할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신진욱 BOA메릴린치 서울 대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미 많은 부분에서 헤지를 하고 있고 설비 자체가 해외로 많이 뻗어 나갔기 때문에 저희 생각보다 환율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국내증시 수급에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원화 강세는 악재보다는 호재입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주가 상승과는 별개로 환차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화강세 국면에서 증권사들의 투자전략도 과거와는 사뭇 다릅니다.
삼성증권은 원화 강세가 수출주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는 다르다며 IT, 자동차 등 수출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국인이 사들이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차를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한국전력, POSCO, CJ제일제당 등도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았습니다.
반면에 대신증권은 과거 원환율이 1천50원을 밑돌았을 당시 초과 수익률을 기록한 철강금속, 전기가스, 화학과 음식료 업종을 추천했습니다.
증권사들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외국인 매수세를 감안하면 당분간 원화 강세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달러 강세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하강요인이 상존해 있는 만큼 급격한 환율하락은 나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인철입니다.
<앵커>
급변하고 있는 외환 시장, 전문가 연결해서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창배 연구위원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안녕하십니까.
최근 환율이 이 달 들어 급락했습니다.
현재 환율 수준, 우려할만한 상황인가요?
<인터뷰>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환율이 1천30원 대로 급락했습니다. 이게 4월 일이거든요. 4월 이후 수출을 살펴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제에 환율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내 경기가 대외 수요 회복이 되면서 환율 하락 효과가 어느 정도 상쇄됐다고 보이고 수출액 못지않게 수입도 상당 부분 갖고 있어 환율 일방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우리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고, 기업의 현지생산 비중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원인으로 볼 때 과거에 비해 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환율이 1천60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기업들이 1천60원을 예상하고 사업 계획을 잡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환율의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최근처럼 환율이 한 달 새 급락하는 환율의 속도 문제기 때문에 기업들은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속도 면에서 우려된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추가적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환율 추가 하락에 대한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인터뷰>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본적으로 올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충분한 외환보유고,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높다든지 하는 펀더멘털 등을 볼 때 원화 강세 압력, 즉 환율의 하락 압력은 굉장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런 강세 압력을 막아줄 요인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의해 달러가 강세가 될 것이냐 또 신흥국 금융 불안이 얼마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에 달려 있었는데요.
현재로서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계획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신흥국의 금융 시장도 그동안의 학습효과라든지 적극적인 대응 조치로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원화 강세를 막아줄 요인이 사실 크지 않다고 보입니다.
더군다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국인 한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은 높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이러한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우리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보고 계십니까?
<인터뷰>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환율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5% 하락한 1천50원 정도로 예상됐습니다.
지금같은 속도로 간다면 연말 1천 원까지 가며 연간 예상치가 10% 정도 절상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희 연구원의 모형이나 전경련의 기업 영업이익 조사 등을 보면 환율이 10% 하락하면 성장률이 0.5%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원·달러 환율이 5% 정도 더 떨어지면 올해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0.2~0.3% 포인트 낮아져 정부가 예상한 4.0%에는 미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급변하고 있는 외환 시장과 이에 따른 영향까지 살펴봤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창배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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