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석권한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이 독특하면서도 어색한 제목으로 눈길을 끈다.
얼른 들었을 때는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꿀피부(피부가 꿀처럼 쫀득해 보이게 좋다는 뜻)`를 떠올리게 하는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알고 보면 가슴 먹먹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다름아닌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과 함께 국외 입양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색깔=꿀색`, 어색한 제목의 이유는
이 영화의 제목은 감독 융 에낭(Jung Henin, 한국명 전정식)이 입양될 때 서류에 쓰였던 그를 설명하는 한 줄이다. 당시 5살로 추정되는 아이에게 `꿀 색깔의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붙여진 표현이다.
전정식은 누군가에게 버려진 후 시장 거리에서 발견된 아이로, 이름도 나이도 정확치 않았다. 입양 전 서류에 쓰인 `피부색깔=꿀색(couleur de peau=miel)`은 백인들 틈에서 구별 가능한 피부색깔로 그를 특징지었던 표식이다. 마치 이름처럼 쓰였던 이 표현은 감독이 벨기에로 입양된 후 평생 가슴에 새겨졌던 한 마디로, 그대로 영화 제목이 되었다.
그는 유년기와 사춘기를 거치며 아픔과 그리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만화작가이자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남다른 그의 첫 애니메이션 작품의 제목이 ‘피부색깔-꿀색’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어 제목 ‘입양에 추천함`...제목 변경이 없는 이유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입양에 추천함`이다. 이 제목 또한 감독의 입양서류 마지막 줄 ‘Approved for adoption’을 직역한 것이다. ‘입양’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드러내면서 아동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천‘을 하고 이역만리로 보내는 현실, 상실된 아이의 주권을 상기시키는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배급사 미루픽처스 측은 "이 영화의 개봉을 준비하며 흥행에 도움되는 제목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감독이 붙인 제목 그대로 변형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독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이 제목으로 꿀색 피부의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그에게 일종의 치유가 되리라 믿기 때문이라고.
배급사 관계자는 "설명을 듣지 않으면 사연을 알 수 없는 이 어색한 제목에서 5살 남짓 어린아이의 소외감, 문제아로 낙인찍히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소년의 고독감을 느낀다면, 관객은 어느새 그의 곁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은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은 다음달 8일 개봉 예정이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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