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갈등 본격화 양상··다양한 민주당 계파 요구 어쩌나?새정치연합 창당대회 잇따라 열려··전국화 시동 본격화무소속 안철수 의원측 새정치연합이 18일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 초안에서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의 계승` 부분을 빼자는 제안을 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민주당 정체성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김대중(DJ)·노무현 노선`에 대한 궤도수정을 정면으로 제기했다가 민주당 측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특히 이날 민주당 상임고문단 만찬에서 안 의원은 `뭇매`를 맞다시피했다고 한다.
결국 안 의원이 논란이 된 부분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번 논란은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었으나,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양측 인식의 간극을 보여준 것이어서 향후 신당의 좌표 설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발단은 새정치연합이 이날 민주당에 전달한 `강령·정강정책` 초안에 DJ와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인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의 계승` 부분이 제외되면서 불거졌다.
새정치연합의 초안에는 민주당의 기존 강령의 `전문` 첫 문장에 담긴 `4월 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6월항쟁을 비롯한 민주개혁운동`에 대한 승계 문구도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긍정적 연사를 가지고 있다"로 대체됐다.
이러한 노선과 관련, 새정치연합측 윤영관 공동분과위원장은 "소비적, 소모적인 이념논쟁의 소지를 없애고 초점을 민생에 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우경화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당장 민주당은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DJ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글에서 "논쟁을 피하려고 좋은 역사, 업적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 친노(친노무현) 인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초선 강경파가 주축을 이룬 `더좋은 미래`의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민생을 강조하기 위해 6·15, 10·4 선언 계승 문구를 삭제한다는 게 무슨 궤변이냐"며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인식에 빗대기까지 했다.
이 모임 소속인 이학영 의원도 성명을 내고 "역사의식이 없는 정치세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창당발기취지문을 통해 통합신당 노선에 대해 원론적으로 공감했던 양측이 정강정책이라는 각론에서 정면충돌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오후 들어 금태섭 대변인을 통해 4·19 및 5·18 명시화 입장을 밝히는 등 당혹감 속에 파문 진화에 나섰다.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마련된 안 의원과 민주당 원외 상임고문단간 만찬 회동에서도 "6·15 및 10·4 선언 파기는 곤란하다"는 상임고문들의 우려섞인 질타가 쏟아졌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때 고문들 사이에서 격앙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회동에는 동교동계의 맏형인 권노갑 전 의원을 비롯해 김상현 김원기 박상천 송영오 이부영 이용희 임채정 정대철 정동영 상임고문 등 10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안 의원과 따로 만나 통합을 강조했던 권 고문이 일일이 전화를 돌려 마련된 자리였다. 손학규 고문은 불참했다.
원로들의 잇단 지적에 안 의원은 "남북관계의 성과물들을 다 계승한다는 뜻이었으며, 숫자 나열이 많아 뺐던 것"이라며 "폐기하지 않도록 하겠다. 걱정과 염려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안 의원은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역사적 인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강정책에 제대로 다 반영할 예정"이라며 6·15 및 10·4 선언 승계 부분을 살려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새정치연합 창당대회를 하기 전에 이런 것부터 조율 좀 하지", "새정치연합 창당대회하면 뭐 하냐? 서로 생각이 다른데", "새정치연합 창당대회 하기 전에 민주당이랑 워크샵이라도"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