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파행으로 금융관련 주요 법안들이 표류할 위기에 놓이면서 금융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조특법 개정 무산‥우리금융 민영화 표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26일 끝내 무산됐다.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라도 조세소위를 재개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돼 논의는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과거 트위터를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 등을 놓고 야당의원들이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모든 일정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우리금융 민영화의 두 번째 단계인 경남·광주은행 매각은 분할기일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분할기일내에 지방은행 매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6천500억원을 면제해주지 않으면 지방은행 분할을 철회하겠다고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당초 3월 1일로 예정됐던 분할기일을 5월 1일로 두달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을 인수하기로 한 J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 모두 인수를 눈앞에 두고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민영화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매각 역시 당초 2월중 논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지연되고 있다.
▶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이견 여전, 통합산은은 논의도 못해
한편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신용정보법과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위한 금융위설치법,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을 위한 산업은행법 등도 모조리 무산됐다.
특히 금융위설치법과 관련해서는 여야간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와 새누리당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행위 감독과 금융 분쟁조정 기능 등을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 방안이 금융위원회로의 권력집중을 초래하고 모피아들의 자리보전용으로 활용될 우려가 높다며 금융위원회 역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소원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담화문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여당과 금융위 모두 미비한 점을 떠나 조속한 통과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대해 야당측 관계자는 “여야간 전체골격 자체에서 입장차가 커 3월 임시회의에서 추가 논의를 해도 시기적으로 힘들 듯하다”며 “급하면 3월에 법안소위라도 열어볼 생각을 갖고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타협안조차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은 아예 논의조차 해보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을 위한 자체 TF를 구성해 놓은 상태지만 법안통과가 지연되면서 논의는 한발짝도 진척되지 않았다. 정책금융공사 역시 5개월만에 공석이었던 사장자리를 새로 채웠지만 업무공백과 뒤숭숭한 분위기로 고초를 겪고 있다.
그간 두 기관의 통합논의는 부산지역에 정책금융공사를 이전시키기를 희망하는 부산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마찰을 빚어왔다. 2월 국회통과가 좌초되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초 계획했던 7월까지 통합 산은이 출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처럼 2월 임시국회가 ‘빈손국회’로 전락하면서 여야 모두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관련 주요 현안들을 정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금융위원회 역시 금융위 설치법 논의에 있어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 타협안 도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이번 파행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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