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1>
불과 3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세계 1위였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속에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투자마저 옭아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입니다.
조연 기잡니다.
<기자>
지난 1996년 개설된 한국 파생상품시장.
파생상품의 본고장인 미국보다 시작은 100여년 늦었지만,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10년만에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고공행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2010년 도이치증권의 `옵션 쇼크`와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 당국은 파생시장 다잡기에 나섰고, 이후 한국 파생시장은 2012년 세계 5위, 2013년 11위로 뒷걸음질쳤습니다.
코스피200 옵션 거래승수 인상, ELW 유동성 공급자 호가 범위 제한,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등의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일부 시장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가 투자자들의 참여를 지나치게 억제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인터뷰> 푸픤더 길 CME사장
"(한국의 경우) 규제, 증거금, 위험관리 우려, 승수인상 등이 영향인 것 같다. 결국은 위험관리 문제인데 한국 정부는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적격기관투자자만 시장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매크로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파생이 투기목적의 상품으로 굳어졌는데 본래는 헤지(위험회피)목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파생시장을 키우는데 우리만 반대로 규제하고 있어 기관과 외국인마저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본과 중국은 파생시장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해 닛케이225상품과 CSI300선물은 각각 110% 이상 거래가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파생 거래량은 절반으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파생시장 활성화에 주력하는 이유는 파생시장이 현물시장의 변동성 헤지 역할을 해, 한 축이 무너지면 금융시장 전반적인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는 세계 파생시장 속에서 한때 세계가 주목하던 한국 파생시장은 규제에 발목 잡힌 채 점점 퇴보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앵커2>
주식시장이 투기판이라는 인식 제고도 시급합니다.
테마주와 작전주들에 대한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활동과 지난해 발생한 동양사태 등으로 인해 최근 증권시장에 막연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얘기일 뿐. 국내 주식시장의 건정성과 투자자들의 투자는 갈수록 건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치형 기자가 전합니다.
<앵커3>
이인철 기자, 금융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우리 파생상품시장인데요.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
<기자>
우리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로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파생상품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과감하게 관련규제를 풀어가면서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기존에 있던 선물시장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옵션시장도 조만간 개장한다는 방침입니다.
선물에 이어 옵션시장까지 개설해 해외투자자들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본은 최근 도쿄거래소와 오사카 거래소를 통합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파생상품 거래량을 두 배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반된 각국 정책당국의 자본시장 전략은 거래량으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우리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이 1~2년새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일본과 중국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같은 기간 많게는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최근 3년간 지수옵션 거래단위를 올린 국가는 경쟁국 중 우리나라 유일 한 가운데 우리 파생시장에서는 개인 뿐 아니라 기관과 외국인마저 외면하면서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앵커4>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선 여전히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구요 ?
<기자>
경쟁국들이 규제를 완화해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이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주식 및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형평성을 이유로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정부안이 통과된다면 파생상품 거래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현물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누리당은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안을, 야당인 민주당은 파생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부과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안은 이중 과세 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거래세는 30bp를 적용하고 있는 데 거래세 자체도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양도 차익까지 세금을 매긴다면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상대적으로 중국과 홍콩은 주식거래세로 거래대금의 0.1%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어떤 안이 확정된다하더라도 자본시장 위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5>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할까요 ?
<기자>
업계에서는 일관되게 증권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영업용순자본비율(NCR)규제와 파생상품시장에 과도한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현재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요구하는 NCR 기준은 150%인 반면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거래 증권사에 NCR 250%, 신용평가사들은 500~600%의 높은 재무건전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규제개혁 TF 만들어서 금융당국과 협조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금융당국은 NCR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거의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나 업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자본시장 활력을 높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시간 연장 등 장기선진화 전략을 발표했지만 정작 거래소에서 제시한 전략들 중 대부분이 규정승인권을 가진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의 경우 거래소는 민간기업으로 자율적인 통제와 필요성에 의해 시장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한국거래소의 자체결정권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자본시장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 금융시장을 투기의 장이 아닌 건전한 투자의 대상이라는 홍보와 투자자들에 대한 인식 전환에 힘을 보태야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인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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