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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뿌잉PD의 라디오 토크]'라디오 피디'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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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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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원고는 작가가 쓰고, 진행은 DJ가 하고, 토크는 게스트가 해주고 콘솔은 엔지니어가 잡아주는데 라디오 피디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요?"이다.

    사실 나도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똑같은 궁금증을 가졌었다.

    방송국 안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봐도 딱히 정답을 알려주지 못했고, 다들 하는 얘기도 달랐기에 그냥 라디오 피디는 막연히 `이렇구나`라는 상상만이 존재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말이다.

    실제로 라디오에 들어와 보니, 취재를 하러 마이크를 들고 다니는 피디, 음악 선곡을 하는 피디, 공연연출을 하는 피디, 섭외전화를 하고 있는 피디, 다큐멘터리 원고를 쓰고 있는 피디 등이 있었고, 그들은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고 있었다. 라디오 피디라는 직업자체가 장르피디라기보다 매체피디이기에 TV보다 더 다양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규모가 큰 영화산업과는 다르게 방송국 피디의 영역은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영역이 모두 합쳐진 느낌이다. 방송국 안에서도 프로그램의 규모가 가장 작은 라디오의 경우 이 두 가지 영역이 가장 강하게 혼재되어 있는 듯하다.

    피디는 프로듀서로 존재하면서 예산을 어떻게 쓸지, 어떤 디제이가 적합한지, 어떤 작가들과 함께 일을 할지, 어떤 게스트를 선택 할지 결정하고 각각의 주체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을 할지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 또한 피디는 디렉터로 일하면서 선택한 스태프들과 프로그램을 어떤 방향으로 연출할지 함께 결정하고 실행한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사고의 과정이 있는데, ‘선택’하고 ‘설득’하고 ‘책임지는 과정이다. 큰 기획에서 사소한 것까지 매순간 선택을 하고, 왜 그런지 설득하고 그 결정에 대해 크고 작은 책임을 져야한다.

    보물선의 선장과도 같은 위치인데, 보물선에 탑승하는 선원들을 뽑고, 동쪽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동쪽의 외딴섬에 아름다운 보물이 있다고 선원들을 설득하고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파도와 암초를 넘어 그 외딴섬에 도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배에서 내려서 보물을 찾는다면 함께 나누고, 보물이 없다면 그 책임을 어떤 형식으로든 져야한다.

    선택하고 설득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의 무게가 피디를 억누를 때, 연출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힘들기도 하지만 매번 연출을 놓기 싫은 건 함께하는 구성원들과 같이 고민하며 보물을 찾으러 가는 과정이 그 고통보다 훨씬 즐겁기 때문일 거다.

    연출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니, 감히 그런 수준도 안 되는 ‘내가?’라고 생각되어 좀 부끄럽지만 혹시나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개인적인 생각을 써봤으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오늘의 선곡, `Better Together / Jack Johnson`

    글 / 손한서(MBC 라디오 프로듀서), Twitter ID: SohnPD
    정리 / 한국경제TV 김주경 기자 show@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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