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다. 놀랍다. 과감하다. 이 단어들은 모두 배우 한지민(32)에게 해당된다. 언제까지 청순하고 단아한 모습만 보여주겠거니 생각했던 그녀는 영화 ‘플랜맨’(성시흡 감독, (주)영화사일취월장 제작)을 통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제 새로운 수식어들을 하나씩 붙여나가야 될 것만 같다. 이를 테면 파격, 섹시, 귀여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어, 무계획적.
한지민은 ‘플랜맨’에서 편의점집 딸이자 인디밴드 보컬인 유소정 역을 맡았다. 밴드의 유일한 멤버이나 보컬로서의 노래실력은 별로인 유소정은 편의점에서 일하며 호시탐탐 밴드 오디션 대회를 꿈꾸는 당찬 인물. 유소정은 우연히 편의점에서 마주친 ‘플랜맨’ 한정석(정재영)의 ‘무계획’ 인생을 도우며 점차 그에게 동화되어간다. 사랑스러운 유소정, 그리고 한지민. 누가 그녀에게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 “비주얼에 신경 많이 써”
예고편만으로도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한지민이 지금껏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기에 더욱 그랬다. 색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에 찢어진 스타킹, 미니스커트에 어깨가 다 드러나는 민소매 셔츠를 입은 한지민의 모습은 예상보다 무척이나 강렬했다. 잘 어울렸다. 누구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리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 효과는 배로 컸다. 하지만 비주얼이 비주얼이다 보니 연기보다는 오히려 겉모습에 집중이 많이 된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다는 말이다.
“비주얼이 캐릭터의 한 부분이니까 아무래도 시선이 집중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옷 스타일이 정말 중요했어요. 정할 때 고민을 좀 했죠. 소정이 성격 자체가 화장을 진하게 할 거 같진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메이크업이 없는 느낌으로 가려고 했는데, 드라마에서도 화장을 많이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변화가 없더라고요. 정석이가 소정이와 처음 만날 때도 그 모습에 깜짝 놀라야 되는데 민낯으로는 느낌이 안 나왔죠. 그래서 메이크업을 했어요. 예쁘게 치장을 한 느낌 보다는 그냥 소정이의 성격을 많이 따라갔죠. 그런 부분들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까지 촬영과는 많이 달랐다. 그 무엇이든지. 그래서일까? 드라마에서 빠져나와 영화 촬영장에 선 한지민은 즐거웠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한지민. 일명 ‘여신’이라고 불리는 한지민은 자신이 지금껏 맡아왔던 역할과는 전혀 다른 유소정을 만나 새로움과 마주했다. 실제 한지민과 조금 더 가까운 유소정, 그녀와의 작업은 꽤 유쾌했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캐릭터가 울지 않아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울어요. 처음에는 강단이 있고, 느낌이 있고, 주장도 있는데 사랑을 하다 보니 울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시청자들은 마지막 장면에 대한 느낌으로 많이 봐주세요. 캔디 같이 밝은 느낌. 그 비슷한 느낌들을 표현하는 게 답답했어요. 그런데 소정이는 좀 다르잖아요. 그래서 좋았어요. 사실, 캐릭터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 말을 하고 저 말을 하고 또 다른 말을 하면서 정석이를 홀리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정재영 씨와 이야기를 많이 했고, 고민도 많았죠. 귀엽고 따뜻한 소정이에게 많이 끌렸어요. 재미있는 작업이었죠.”
◆ “기타, 코드 연습 정말 힘들어”
한지민은 밴드 보컬인 유소정을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 때문에 후두염까지 걸려 고생을 했다. “지금은 괜찮나?”라는 물음에 “돌아왔었는데 말을 계속하니까 목이 아프다. 주체할 수가 없다. 더 이상 꾸밀 수 없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 도대체 여신 한지민은 어디로 간 걸까. 그런데 이상하게 이 매력이 더 좋다. 꾸밈이 없는 여신 말이다.
“기타를 지난해 5월부터 배우고, 10월께에 찍었어요. 제일 마지막 신으로. 연습에만 집중을 한다고 하면 그래도 자신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의 그림이 나와야 되니 힘들더라고요. 마이크에서 입이 떨어지면 안 되고, 기타를 쳐다봐도 안 되고. 연기까지 해야 되니 엄청 복잡한 거예요. 기타 코드 잡는 것도 진짜 어렵더라고요. 모니터를 해서 손이 틀린 부분은 확인 후에 스크립터에게 꼭 이야기를 했어요. 쓰면 안 된다고. (웃음) 여러 가지 컷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진짜 편집의 힘을 제대로 느꼈어요. 하하.”
이 작품에서 많은 부분들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한지민과 정재영의 러브라인. 철저한 계획인 한정석과 인생에 계획이란 없는 무계획인 유소정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준다. 완벽하게 다른 이들이 우연히 만나 처음에는 서로의 다른 점만 바라보게 됐지만, 결국에는 모자란 부분들을 채워주며 사랑스러운 한 쌍의 커플이 된다. 그리고 더 이상 다른 점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한지민도 많은 생각을 했단다.
“인연이란 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보완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공감은 전혀 못했었어요. 취미활동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게 좋다고만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영화가 아니었다면 정석이를 비호감으로만 생각했을 텐데 촬영을 하다 보니 순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고백하는 신을 늦게 찍었는데 정말 정재영 씨가 귀여워 보이는 거예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느낌보다는 새로 배려하는 느낌, 그게 좋았어요. 결혼은 안하냐고요? 조급함은 없어요. 평생 살아갈 사람을 찾는다는 건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신중하게 사람을 잘 만나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선택할 나이는 지난 게 아니냐고 웃던 한지민에게 “아직은 멀었다”고 답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단지 아직 짝을 못 만났을 뿐이라며 그렇게 위안한다.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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