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 위더스필름 제작)을 본 관객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배우 송강호(46)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송강호였기에 주인공 송우석이 제대로 탄생됐다고 말이다. ‘변호인’은 개봉 1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30만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흥행의 중심에 송강호가 있다. 그렇다. 이게 바로 송강호의 힘이다.
송강호는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한 ‘변호인’에서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 역을 맡았다.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던 송우석은 가족같이 정을 나누던 단골 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의 사건 변호를 맡으며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송강호가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것처럼.
◆ “영화 보고나면 편견은 없어질 것”
누구나 알다시피 송강호는 ‘변호인’을 한 차례 고사했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고 결국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양우석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이야기를 언제 기획했냐고.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에 더욱 그랬다. 최근이었다면 실망했을 거란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준비를 했다는 양우석의 말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변호인’에 대한 관심은 악성 댓글로 이어졌다. 급전이 필요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송강호는 그랬다. 그저 웃기만 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거 뭐 있나요. 영화에 대한 다양한 견해라고 생각했죠. 아마 영화를 보시면 분명히 편견의 벽이 무너질 거예요. 서두르지 않아요. 그저 차근차근 이 영화를 설명을 하고 보여드리는 거죠. 흥행이요? 흥행이 되길 바라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웃음) 제가 이 영화를 했다고 해서 결코 정치적으로 성숙된 인간은 아니랍니다. 그저 여러 작품 중 하나가 ‘변호인’일 뿐이에요. 배우의 입장에서는 관객들이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반가울 뿐이죠.”
송강호는 올 한 해 누구보다 바빴다. 영화 ‘설국열차’를 시작으로 ‘관상’에서 ‘변호인’까지. 세 영화를 합쳐 벌써 관객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러니 당연히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송강호가 보여준 송우석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소시민 송우석과 소시민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송강호의 만남. 배우가 안됐더라면 그냥 옆집에 사는 평범한 아저씨였을 것 같다는 말에 크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마저 자연스러워 덩달아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대중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통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한정돼 있지 않고 가능성에 대한 통로가 많이 열려 있다는 거니까요. 우리의 환상 속에는 판타지에 가까운 배우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특정한 판타지를 주는 것보다 어떤 걸 할지 모르는 가장 낮은 베이스의 이미지가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가능성이 더 열리는 거죠. 베이스 자체가 높이 있다면 가능성이 좁아 보일 거 같아요.”
◆ 엄청난 반전... “돼지국밥 못 먹어”
영화에서 가장 압도되는 장면은 바로 송우석 변호사와 차동영(곽도원) 경감이 마주한 4차 공판이다. 각자의 국가에 대해서 피를 튀기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숨을 멎게 만든다. 공판은 이번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 전에 어떤 합도 맞추어보지 않았다. ‘이렇게 할 테니까 저렇게 해’라는 사인조차 없었다. 그런데 송강호와 곽도원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러니 어떻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물론, 어느 정도의 감정은 계산을 했죠. 제 감정은 제가 준비하고, 곽도원 씨의 감정은 곽도원 씨 거니까요. 저는 서 있고 곽도원 씨는 앉아 있잖아요. ‘뭔가 편안하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웃음) 리허설 없이 갔는데 제 감정을 그대로 곽도원 씨가 받아치더라고요. 제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겠구나’를 계산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놀랍게도 팽팽하게 대치가 되는 장면이 탄생됐죠. 곽도원 씨의 장점이 바로 리액션이 뛰어나다는 거예요. 열변을 토하는 송우석과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차동영의 모습. 참 적절했어요.”
영화를 보고나면 관객들은 배가 고프다. 포스터에서도 나오지만 돼지국밥이 그렇게 맛있어 보인다. 군침이 돈다. 정구지(부추)를 팍팍 넣어 한 숟가락 푹 뜨고 싶어진다. 그리고 다시 송우석이 오버랩 되고 ‘변호인’을 생각하게 된다. 매일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던 송우석. 국밥집 주인 순애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반면, ‘돼지국밥을 얼마나 먹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숨어져 있었다.
“사실 제가 돼지국밥을 못 먹어요. 돼지국밥을 먹는 장면을 잘 보면 밥만 떠먹고 있어요. 그런데 국 안에 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잔뜩 들어 있어서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해요. 하하. 영화 ‘의형제’를 할 때는 닭백숙을 먹었어야 했는데 그걸 또 못 먹거든요. 구운 고기는 몇 점 먹는데 별로 고기를 안 좋아해요. 몇 점만 먹어도 얼굴에 확 올라와요. 그래서 주로 생선을 먹어요.”
한 마디로 먹방 연기까지 일품. 재판 장면도 흡입력 최고. ‘변호인’에 출연해 자랑스럽다는 그가 오히려 더 자랑스럽고 대단해보인다. “이번 작품은 행운이다. 올해 찍은 영화로 관객 2000만 명을 넘느냐 마냐 하는데 사실 넘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일희일비 하는 성격은 아니다. 흥행에 대해서 좋아할 필요도, 안 된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송강호의 예언은 적중했다.(사진=NEW)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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