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38편. 오래두다가 곯을 수 있다
유연성은 인체의 관절을 둘러싼 근육이 최대한 어느 범위까지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능력이다. 그래서 유연성은 동작을 원활히 한다든가 부상을 예방 하는 데에 중요한 능력이다. 펀드도 유연성이 중요하다. 유연한 사고로 투자를 해야 시장흐름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시장 환경에 맞는 효율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간장이나 된장은 오래 묵힐수록 깊은 풍미(風味)가 우러난다. 물론 관리를 잘했을 때의 얘기다. 마냥 오래 묵히면 곯을 수 있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장기투자 원칙을 주시하되, 수익률 극대화 욕구에 민감한 유연성을 갖춰야한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가 정책당국에 요구했던 ‘장기세제혜택펀드’가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지금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201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가 예정된 이 펀드는 총 급여 5000만 원 이하의 근로자들이 장기펀드(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는 혼합형이나 주식형펀드)에 연간 최대 600만원을 납입했을 때, 그 금액의 40%(최대 240만원)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혜택은 10년 동안 부여되며, 만일 가입 5년 내에 해지하면 추징세액이 부과된다.
‘장기세제혜택펀드’는 단기변동성에 휘둘리기 보다는 장기투자의 장점을 살려 근로자들이 안정된 재테크를 하라는 정부의 배려다. 이 펀드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고, 침체된 펀드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궁한 개인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세제혜택과 비탄력적 안정성에만 비중을 두어 펀드상품 선택을 소홀히 하거나, 자신의 투자여건이나 시장 추세와 거리가 먼 투자방법을 선택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음모론 적 견해로 장기투자원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경우, 장기투자로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투자자가 아니라 금융기관이라고 말하며 장기투자원칙의 유용성이 금융기관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 있다고 혹평한다. 금융기관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반인들을 세뇌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래 투자하면 좋을 것이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오래두어서 실패에 이른 투자사례는 주식시장이나 펀드시장에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수익률 3위를 차지했던 `IBK집중선택20자[주식]`은 올해 운용순자산 10억 원 이상 435개 펀드 가
운데 325위, 지난해 수익률 6위였던 `삼성밸류코어1[주식]`은 올해 272위로 추락했다(12월 16일 기준).
일정기간 가입하면 세제혜택을 받는 보험 상품이나 복리의 효과를 누리는 은행 상품과 다른 것이 펀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3%대다. 이렇듯 펀드는 시간과 수익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마크 유스코` 모건크릭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형 헤지펀드 - 새로운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의 콘퍼런스(2013.6.14)에서 세계경제가 ‘뉴 에브노멀(new abnomal)`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뉴 에브노멀 시대에는 위험이 높은 상태로 주가가 상승하다가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유연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즉, 뉴 에브노멀 시대에는 그동안 가치 있는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는 ’buy & hold 투자전략‘만으로 성공투자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는 우리 투자자들도 지나치게 ’buy & hold 투자전략‘에만 올인 하지 말고 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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