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37편. 투자자는 계절의 변화도 두려운가?
엄마가 부엌에서 잘라주는 수박을 접시에 담아 전달하던 어린 아들이 아빠에게 건네 준 수박이 계속해서 식탁 안쪽에 자리 잡은 사람 쪽으로 전해지는 것을 보고 아빠에게 한마디 한다. “아빠, 똑같은 크기로 잘라온 것이니 고르지 마세요.” 멀리 앉은 사람에게 수박을 먼저 양보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좀 더 큰 수박조각을 고르는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이렇듯 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사람의 생각이나 눈높이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긍정과 부정, 발전과 퇴보 등이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투자자 노력만으로 수익이 보장되는가?”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신(神)만이 아는 투자시장의 미래지만 개인도 투자 상품의 내재가치를 분석하고 성장성을 계산해내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소극적 투자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순응하는 투자로 만족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효율적인 시장가설’에 무게를 두는 보수적 투자자의 경우에는 “시장에 이미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으며, 새로운 정보는 그 즉시 시장에 반영된다.”는 전제에 따라 “아주 운이 좋지 않으면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 12월 12일 일반인 2530명을 대상으로 펀드 투자현황을 조사 발표했는데, 펀드 투자자 비율은 응답자의 39.0%로, 지난해 50.2%와 비교할 때 크게 감소했다. 특히 30∼40대와 사무직 투자자가 크게 줄었다. 예·적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원하는 기대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펀드 투자를 중단한 투자자의 비율(35.7%)이 지난해 보다 11.7%포인트나 늘었다.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는 펀드투자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히는 조사발표 내용이다. 계절의 변화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투자시장의 주기(週期)는 인정하기 힘든 것이 투자자의 마음이다. 힘들 때일수록 영원히 좋은 시절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은 더 크다.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오듯이 시장도 때가 되면 변한다. 아직 변하지 않는 것은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할 수 없는 투자시장의 진리 중 하나가 주기성(週期性)이다. 불황과 호황의 길이는 길고 짧을 수 있어도 불황과 호황은 주기를 가지고 투자를 찾아온다.
사자가 약한 가젤을 먼저 잡아먹는 이유는 튼튼한 가젤이 살아남도록 해야 자신의 먹이가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는다는 정글의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시장 변동성을 인정하고 멀리보고 투자하는 투자자가 되어야 궁극적인 성공투자자로 남을 수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약한 나뭇가지는 부러지고 튼튼한 가지만 남아 새봄이 되면 잎이 돋고 꽃이 핀다.
지금 겪고 있는 펀드시장의 혹한(酷寒)의 고통이 새로운 펀드시장을 열려고 하는 산고(産苦)쯤 으로 여기면 어떨까? 유럽 증권계의 거목이 된 ‘앙드레 코스툴라니(Andre Kostolany)’는 “모두가 성공의 축배를 들고 있거나, 반대로 손실감이 극에 달해 시장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을 때 바로 그때가 역발상 투자의 최적시점이다” 라고 투자자들에게 충고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