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이미지는 참 여러 가지다. 뭔가 닫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별별 것들이 다 있을 듯한 그런 나라. 가깝다는 이유로 모두들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나라가 중국이다. 흔히 패션 피플이라 불리는 이들도 중국의 패션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10월 어느 날 2014 S/S시즌 서울패션위크 행사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이뤄진 중국인 디자이너 츠 장(Chi Zhang)과의 만남은 그런 면에서 기자에게 매우 새롭고 신기했다.
21일 서울패션위크에서 츠 장은 `대기오염(Air pollution)`이라는 강렬한 주제로 런웨이를 선보였다. 마침 매년 가을이면 한국에 다가오는 중국발 스모그가 큰 관심을 모으는지라 한국 관객에겐 더욱 인상적이었다. 중국에 대한 특별한 지식도 인연도 없었기에, 츠 장이 해 주는 말은 하나하나가 중국 패션계를 대변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의 츠 장은 "2010년 부산 프레타포르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뒤 3년 만이다"라며 운을 떼었다. 츠 장의 개인적인 경력부터 취향, 이번 시즌의 디자인, 앞으로의 비즈니스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패션 디자이너란 범상치 않은 직업이다. 어떻게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나?
▶ 어렸을 때부터 옷 입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10대에 아예 영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그 길을 쭉 걸어왔다.
-국제적인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앞으로의 패션 트렌드가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는 그래픽(Graphic)에 있다. 이전에는 내 옷에 글씨를 전혀 넣지 않았지만, 최근 그래픽을 이용하는 게 굉장히 트렌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런칭한 츠장의 세컨드 라인 또한 판매를 위해서 그런 트렌드를 따랐다.
-메인 브랜드인 `Chi Zhang` 외에 세컨드 라인을 런칭한 것인가?
▶그렇다. 세컨드 라인의 이름은 `Chiz(치즈)`다. 역시 내 이름에서 나온 것 같은 느낌이지만, 별다른 뜻은 없다(웃음). 런칭한 지 4개월 되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의상들은 `Chiz`의 첫 의상들이다. 그러니까 딱 4개월 된 디자인인데, 시즌별로 디자인을 바꾸기 때문에 매 쇼마다 바꿀 수는 없고 해서 서울패션위크에도 이 옷들을 올리게 됐다.
-주제가 `대기오염(Air pollution)`이던데.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깨끗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공기가. 중국은 정말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거기서 영감을 받아 쇼를 구상했다(츠 장의 런웨이에서는 방독면 이미지와 함께 `FXXX AIR POLLUTION`이라는 문구가 찍힌 의상이 많이 등장했다).
-서울패션위크에는 어떻게 초청받게 됐나.
▶매거진 `Ceci(쎄씨)`의 주선으로 오게 되었다. 이번 쇼는 쎄씨 차이나에 실리게 될 것이다.
-그래픽의 이용이 많아지는 것 외에는 어떤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나?
▶`쉬운 것`이다. 점점 더 입기 쉽고 스포티하고 유니크한 것들이 각광받는다. 그런 것들이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Chi Zhang`의 이전 패션 쇼 사진을 보면 스포티하다기보다는 상당히 드레시한 느낌이던데. 컬러도 블랙이 많았다.
▶그렇게 보이나? 스포티한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검은색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죽 소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컬러를 많이 사용했다. 원래 `Chi Zhang`은 남자들 옷을 만들지만, 이번 `Chiz` 쇼에서는 유니섹스를 시도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런던과 밀라노에서 어려서부터 공부를 했지만, 다시 중국 대륙으로 돌아왔다. 사실 유럽 쪽에서도 충분히 취업할 수 있었을 텐데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마디로 중국에서의 사업적 기회가 좋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구가 많은 만큼 시장도 크다. 때문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도 모두 중국을 노리고 진출하고 있다. 이런 질문을 평소에도 많이 받는데, 마치 해외에서 공부한 중국 디자이너가 돌아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사실은 나뿐 아니라 많은 디자이너들이 돈을 벌러 중국에 돌아오고 있다.
-츠 장의 브랜드는 중국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나.
▶중국 시장에선 그저 보통의 가격이다. 물론 메인 브랜드 `Chi Zhang`이 좀 더 비싸고, `Chiz`는 좀 더 저렴하다.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사업은 어느 정도 규모이고, 잘 되고 있나 궁금하다.
▶5년 반 전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야 돈을 벌 수 있게 됐다(웃음). 처음 런칭한 라인은 너무 비쌌고, 사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잘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함께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만난 아내가 브랜드 런칭을 많이 도와 줬고, 지금은 작업실에 1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베이징에 있는 편집 숍에서 5명이 일하고 있다. 공장을 따로 갖고 있지는 않다.
-디자이너가 그저 디자인만 해서 되는 세상이 아니다. 사업적 감각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롤 모델이 있나.
▶당연하다. 모든 디자이너가 자신의 숍이 더 커지고, 더 많은 옷이 팔리길 원한다. 내 롤 모델은 랄프 로렌이다. 디자인 면에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성공적인 비즈니스 능력에 반해서 그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디자이너의 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중국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나.
▶중국에도 `프로젝트 런웨이`와 비슷한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상금도 있고 부상도 받는다. 하지만 아주 지루해서 아무도 안 본다.
-신기한 일이다. 그렇다면 방송 출신 디자이너 중에 유명한 디자이너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중국 디자이너들 중에 주목할 만한 인물로는 누가 있나.
▶시에 핑(Xie Ping)을 들고 싶다. 아주 창조적이고, 비즈니스에서도 뛰어난 디자이너이다.
-한국 디자이너 중에서 인상깊은 사람이 있나.
▶박윤수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박윤수 디자이너의 빅 박(Big Park)은 중국에서도 아주 잘 팔리는 브랜드다.
-유럽과 중국, 한국까지 두루 접한 디자이너로서 패션의 트렌드에서 가장 앞선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우선 중국은 한국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 패션이 더 앞서가고 있다. 이건 정말이다. 하지만 유럽이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유럽 중에서도 영국보다 이탈리아, 프랑스의 패션이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가구부터 시작해서 생활의 모든 디테일에 디자인이 녹아 있다. 때문에 일하기 좋다.
-한국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나.
▶생각은 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내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면 언젠가 진출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츠 장의 취향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다. 어떤 스타일의 셀러브리티를 좋아하나? 남녀 상관 없이.
▶이번에 내 런웨이에 선 한국 모델 중에선 신현준이 내 스타일이다.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을 좋아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 중에서는 빅뱅 지드래곤을 좋아하고, 여성 모델 중에서는 지젤 번천이 최고다. 여성 모델로는 라틴 여성을 선호하는 편이다.
★츠 장(Chi Zhang)은...
-중국 베이징 태생, 16세에 영국 유학.
-이탈리아 밀라노 마랑고니 스쿨에서 석사학위 취득.
-2009년 중국복장협회/CCTV가 뽑은 `톱10 패션 디자이너`
-2009년, 2011년 에스콰이어 차이나가 뽑은 `올해의 디자이너`
-2010년 매거진 페이머스가 뽑은 `올해의 디자이너`
-2011년 타임아웃 베이징이 뽑은 `시티 히어로`
-2011년 넷이즈(Netease)가 뽑은 `올해의 창조적인 패션 디자이너`
-2012년 태틀러(Tatler) 어워드 `가장 촉망되는 젊은 디자이너` 수상
(사진=서울패션위크)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