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25편. 다시 보는 ‘헤지(hedge)펀드’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野七生)’의 ‘십자군 이야기’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십자군 시대에 독일에 제후였던 뷔르템베르크 백작은 성지순례를 떠나는 도미니크회 수도사 슈미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권해야 할지, 권하지 말아야할지 망설이게 되는 일이 세 가지 있다. 첫째가 결혼, 둘째가 전쟁, 셋째는 성지 순례다. 어느 것이나 앞일이 불투명해서 위험이 뒤따르는 공통점이 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미래다. 하물며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는 투자시장에서 주식이나 주식과 관련된 투자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은 무척 망설여지는 일이다. 모든 투자자들이 바라는 것은 위험은 적고 수익은 많은 것인데, 알 수 없는 미래를 담보로 이율배반 적인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 시킬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일찍이 자본선진국에서 찾아낸 차선의 방법이 ‘헤지’ 개념을 활용한 펀드투자다. 헤지펀드는 펀드 내 편입자산을 상관도가 낮게 분산투자(헤징: hedging)하거나, 롱숏전략 (올라갈 것 같은 종목은 매수, 내려갈 것 같은 종목은 매도)과 같은 양방향 투자전략 등을 통해 가급적 위험을 줄이고 절대수익을 추구하려는 운용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사전적인 의미의 ‘헤지(hedge)’는 ‘울타리를 치다, 손해를 막다’를 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투자자들이 기억하는 헤지펀드의 ‘헤지’에 대한 생각은 위험도를 줄인다는 본질적 의미 보다는,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소로스’ 등과 같은 투기적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서 보여 지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투자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보수적 투자성향이 강한 국내투자자에게 헤지펀드는 매우 부정적인 상품으로 인식되어있다. 전체모습과 달리 부분적인 것에서 갖게 된 헤지펀드의 이와 같은 왜곡된 모습은 헤지펀드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IMF 경제위기)와 겹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부도상태 이른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추구의 기회로 삼았던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운용전략이 지금껏 국내투자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국내산 토종헤지펀드가 ‘한국형’이란 이름을 달고 2년 전부터 출시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별로 없고 꾸준한 성과를 기대하는 기관투자가와 슈퍼리치들의 관심에 힘입어 한국형 헤지펀드는 출시 이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2011년 12월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할 당시 12개와 1490억 원이였던 펀드수와 총 수탁금액이 약 20개월 만에 26개와 1조5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펀드 수로는 2배 이상, 자금 규모는 약 10배 급증한 것이다.
헤지펀드의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 자산(현금, 주식, 부동산, 채권)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는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익을 얻기 어려운 시대적 상황을 맞이해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만한 대안투자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일반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최소가입금액 제한 요건에서 소액투자자들은 헤지펀드에 직접 진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모형헤지펀드나 재간접헤지펀드 등과 같은 간접적인 헤지펀드 투자수단을 택한다면 헤지펀드로 간접진입이 가능하다. ‘한국형~’으로 대표되는 헤지펀드가 국내펀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커질 것이다. 헤지펀드에 대한 낡은 편견이 있다면 서둘러 버리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가오는 헤지펀드시대를 맞이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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