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9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며 스릴러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영화 ‘숨바꼭질’(허정 감독, 스튜디오 드림캡쳐 제작). 그 중심에 배우 문정희(37)가 있다. 매 작품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온 문정희. 여배우로서 미모를 과시하기보다 작품에 물들길 원하는 그녀. 역시나 ‘숨바꼭질’에서도 말처럼 달리며 발톱에 부상까지 입었다.
문정희는 ‘숨바꼭질’에서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누군가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희 역을 맡았다. 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위험한 동네에 사는 주희는 우연히 성수(손현주)를 만나게 되고 이후 성수의 가족과 얽히게 된다. 주희의 캐릭터는 한 마디로 숨바꼭질이다. 문정희의 진가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거세게 몰아친다. 걷잡을 수 없이.
◆ “김주하 앵커 질문 세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돋는다. 누군가 우리 집 옆에도 그들만의 표식을 적어놓았을까 샅샅이 뒤지게 된다.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오싹하다. ‘숨바꼭질’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리며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의 존재를 파헤친다. 문정희 역시 실화라는 것에 믿음이 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스코어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모니터 시사회 반응이 정말 좋았잖아요. 특색이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VIP 시사회에서도 반응이 좋았어요. 혹시나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걸 누가 봐’라고 말해주셔서 좋았어요. 저한테 계속 부모님도 오셨는데 문단속 잘 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잘 봤다는 말로 이해했어요. 긍정적으로요.(웃음) 특히 김주하 앵커에게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도 모르게 아우라에 압도된 거 있죠? 하하.”
주희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 ‘정말 이런 사람도 있을까’ 의문을 만드는 캐릭터다. 물론,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 부지기수. 하지만 문정희는 반전의 칼날을 쥔 주희에게 꽤 관대했다. “이 여자의 정당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왜 주희 같은 사람이 없겠나?”라며 오히려 당당(?)하다. 문정희가 어떤 모습으로 정당성을 찾았을지 무척 궁금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다행히 잘 만들어져 다행이죠. 정말 전 세계적으로 숨어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대요. 영화에서는 표식을 쉽게 그리고 있지만 실제 표식은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라네요. 범행을 하는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대요. 보통 집에 들어가면서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잖아요. 고개도 들지 않고요. 그런 사람들이 타깃이래요. 휴대폰을 보는 사이 몰래 집으로 침입한대요. 집 근처에서 휴대폰은 금물이에요. 저도 자주 보지만요. 정말 무서운 세상이에요.”
◆ “타박상 달고 살아”
현장에서 연기 선생님으로 통한 문정희. 문정희와 함께 영화를 빛낸 인물이 있다. 바로 주희의 딸 평화(김지영). 평화는 그야말로 주희의 판박이다. 눈빛 행동 그리고 말투까지. 테이프가 재생되듯 느낌 없이 부르는 영어 노래나 성수에게서 인형을 빼앗기 위해 괴성을 내지르는 모습은 그저 놀라울 따름. 그래서일까? 문정희는 김지영에게 꽤 높은 점수를 줬다. 역시 파트너다.
“정말 예사롭지 않았어요. 대단하고 무섭기까지 했어요. 아역배우들 역시 연기 욕심이 강하죠.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그렇게 악착같이 해낸다니까요. 아이로서 대해주는 걸 싫어해요. 잘 해서 칭찬을 받고 싶어하고 한 명의 배우로서 대우 받기를 원하죠. 그래서 달래지 않아요. 지영이가 촬영을 하는 도중에 이가 빠졌어요. 그 상태로 내레이션을 했더니 엄청 음산한 거예요. 참 잘 해요. 저도 연기자이지만 그런 부분들은 배워야 될 점이죠.”
문정희의 살사 댄스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 요즘 문정희는 마라톤에 무척이나 열심이다. 그래서일까? ‘숨바꼭질’에서 뛰는 장면은 단연 압권. 손현주가 말처럼 뛴다고 말했을 만큼 제법 달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체력적으로도 누구에게 절대 지지 않는 문정희. 몸을 사리지 않아 더 예쁜 여배우의 모습에 그저 미소가 지어졌다.
“체력관리를 꾸준히 했어요. 하루에 9~10km 정도를 뛰었거든요. 그래도 타박상은 달고 살았죠. 몇 대 맞는 건 예사였어요. 레드카펫에서는 뒤태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지만 사실 옷 방에는 트레이닝복 밖에 없어요. 장소나 용도에 따라 제대로 갖추어져 있죠. 달리기를 할 때는 편안한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재래시장에 가는 것도 좋아해요. 평소 차림으로 가면 아무도 몰라요. 에누리 좋잖아요?”
시장에도 있는 에누리. 우리도 ‘숨바꼭질’에 에누리를 좀 줘볼까? “업 다운이 생기는 게 의외의 즐거움이에요. 자신이 소리를 질러놓고도 어이없어 막 웃는 그런 거 있잖아요. 롤러코스터와 똑같아요. 무서움을 즐기는 느낌? 실화지만 실화로 보지 말고 오락 영화로 봐주세요.”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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