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달이면 정부의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이 확정되는 가운데 주도권을 놓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의 미묘한 기싸움이 한창입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이 과시적으로 정책금융의 맏형이 되겠다고 외치는 가운데, 김용환 수은 행장은 조용히 법 개정을 통해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동욱 기자입니다.
<기자> 정책금융 주도권을 두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물밑 작업이 한창입니다.
수출입은행은 법 개정을 통해 자본금과 업무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이 발의한 수은법 개정안은 수은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8조에서 15조로 확대하고, 은행 명칭을 수출입은행에서 국제협력은행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수은이 이와 같이 은행 명칭을 바꾸려고 하는 건 업무 영역을 수출입금융에서 나아가 더 확대하기 위해섭니다.
수은은 올초 해외PF 단독지원 한도를 3억달러에서 5억달러로 확대하는 등 상업금융의 영역도 넘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수은과 무역보험공사의 통합을 반대하는 한편, 상업금융은 산은이 할테니 수은은 수출신용기관(ECA)으로서 보증업무 위주로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산은은 정책금융공사에 대해서는 대기업 대출비중이 높아지면서 중복 업무가 많아졌다며 통합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이처럼 두 기관이 업무영역에 대한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기업 정상화 등 업무 능력에 대한 사소한 신경전도 치열합니다.
한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STX그룹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산은 관계자에게 "성동조선 정상화 때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발끈한 산은 고위 관계자는 "무슨 소리냐 수은이 조선 때문에 부실 나서 수은법 고쳐 자본금 확충하려는 거 아니냐"고 맞대응하고 나섰습니다.
다음달이면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이 확정되는 가운데 52년생 동갑내기인 홍기택 산은 회장과 김용환 수은 행장은 누가 정책금융의 맏형이 될 것인지 자존심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김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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