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커스 1부- 심층진단
LG경제연구원 이창선 > 어느 정도 경기의 마중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20일 만에 통과했다. 상당히 빠르게 통과된 것이며 규모도 17조 3000억 원이니 역대 2위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예산이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집행되는지에 따라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다만 규모는 17조 3000억 원이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세수 결손을 보존하는 것이 12조 원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지출을 늘리는 효과는 5조 원이 조금 넘는다. 또 기금을 증액하는 것이 2조 원 정도 되기 때문에 순수하게 지출을 늘리는 효과는 7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대략 0.1~0.3%p라고 보여진다.
이 자체로 큰 것은 아니지만 추경에 대한 경기호전 기대감이 소비나 투자심리를 개선시켜 소비나 투자가 좋아질 경우 경기회복세가 조금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대외경제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고 가계부채 문제 등이 잠복해 있기 때문에 추경에도 불구하고 소비나 투자 등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대외적으로는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수출은 대외경제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원화 강세를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결국 내수에서 소비나 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어야 성장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
내수의 소비는 가계부채 문제나 부동산 침체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당국도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행복기금이나 지난달에 부동산 부양 정책 등을 내놓았기 때문에 그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대책이나 부동산 부양 대책 등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문제될 것이다.
또 기업투자 관련해 미래의 경제나 정책 불확실성 등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공장설립이나 신규투자 관련된 규제들이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에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것도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살리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경제상황을 봤을 때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8분기째 1% 미만으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에 0.9% 성장을 해 예상보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또 성장세가 낮은 상황에서 물가도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초중반인 상황이 6개월 가량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세계경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경제도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저성장, 디플레이션 우려를 더 크게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본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가져갔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완화적이고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 중 외환수급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거의 450억 달러였고 올해도 350억 달러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원화 수준은 아직도 고평가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달러당 1080원대 수준인데 달러당 1000원대 초중반 정도가 경상수지를 균형시킬 수 있는 환율 수준으로 본다. 그러므로 원화는 앞으로도 추가 절상 압력을 계속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엔화의 경우 지난해 10월에만 하더라도 달러당 70엔대 후반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달러당 100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동안 20% 이상이 절하된 것이다. 현재 원화 수준을 보면 고평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정책당국의 디플레 타개 의지와 그를 위한 양적완화의 강도를 높이는 정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엔화의 경우 추가적으로 100엔을 넘어 더 절하될 여지가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경기 위축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총액대출 한도를 늘리기도 했다. 그런 노력을 했기 때문에 통화정책 면에서는 이미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재정 쪽에서 역할을 할 차례라는 의미의 언급을 했다.
하지만 한은이 아무 역할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제상황, 물가상황을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통화완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통화완화를 하고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그에 따른 부작용 우려보다는 경기부양 또는 가계나 기업의 금리 부담과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 이로 인해 소비나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환율이 요동을 칠 때 단기적으로는 환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일본과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가절감 노력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엔저 추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장기적인 현상으로 본다면 이런 환 위험 관리나 단순한 원가절감 차원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기업들이 대응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정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많이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의 품질을 본격적으로 높이는 것, 새로운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점차 필요해질 것이다.
지난 1분기 광공업 생산 통계는 통계청의 수치와 한국은행의 집계가 큰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과거와 굉장히 다른, 이례적인 상황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1분기 광공업 생산은 전분기 대비 0.9%나 감소했다. 그런데 한은이 집계한 것은 1.4% 증가다. 한은이 집계한 것에 의거했을 때 지난 1분기 GDP 성장률도 0.9% 높아진 것으로 본다.
지난 4월에 금통위 금리동결 결정이 나왔는데 4대 3으로 동결 의견이 약간 우세했었다. 그런데 이번 달에 세부 사항을 봐야 하겠지만 현 경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금통위원들 사이에 더 확산되면서 금리인하 의견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본다. 또 최근 ECB나 인도, 호주가 금리를 인하한 것도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가 되어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금리가 최근 몇 달간 인하 기대 때문에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시중금리가 크게 내려갈 것 같지 않다. 앞으로도 금리의 하향 안정 기조는 유지될 것 같다. 또 증시도 상당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금리인하와 더불어 다소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리의 적정 수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수준이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경제나 물가상황에 비해 완화적인 수준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경기나 물가상황을 감안하면 2% 초반 수준까지 내려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연초에 금리를 내렸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미 연초는 지났고 5월에 내린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경기가 회복 추세로 간다면 다행스럽겠지만 경기가 악화되는 조짐이나 추세가 보인다면 선제적인 차원에서 금리를 빠르게, 대폭 내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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