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평가작업이 한창이라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일부 대기업의 경우 이미 수년전부터 재무상황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허송세월을 하는 바람에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진욱 기자입니다.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작년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2012.10.5 긴급기자회견)
"내가 사업을 하면서 무리하게 확장하다 보니 기업회생 절차까지 가게 됐다. 건설과 태양광에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
건설과 태양광, 저축은행까지 발빠른 확장이 화근이 됐다는 말입니다. 그룹 해체작업이 시작되면서 계열사들은 팔려나가고 부담은 고스란히 채권단이 떠안았습니다.
또 다른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회장이 이끄는 STX그룹도 웅진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STX팬오션은 매각이 추진중이고, STX조선해양 뿐만 아니라 STX중공업과 엔진은 채권단 자율협약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STX건설은 지난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웅진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확장이 원인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이들 대기업의 위기론이 대두됐지만 그룹도 은행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왔습니다.
허송세월을 하다보니 채권단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정상화는 기약할 수 없게 됐습니다. 또 부실이 누적된 일부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습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부실징후가 뚜렷한 대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었지만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국책은행 고위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앞두고 대기업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같은 상황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습니다. 대형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표면화 되지 않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라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지속적인 경기부진으로 한계기업이 증가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부실도 늘어나고 대외신인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가뜩이나 가계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은행들은 기업부실로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습니다.
은행의 1분기 실적은 이미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상황은 더욱 악화될 조짐입니다. 우물쭈물하다 파국을 맞았던 외환위기를 거울 삼아 악순환을 피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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