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경위에 따라 그 피해가 경미한 경우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신호대기 중 사고를 낸 뒤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기소된 김모(5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2011년 편도 2차로 도로 오르막길에서 신호대기 중에 있다가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뒤에 있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김씨는 사고 후 차에서 내려 피해자 택시기사 장씨와 대화를 나눴다. 장씨는 `경찰에 신고할까요`라고 김씨에게 물었고 김씨는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
이후 택시기사 장씨가 수첩 등을 가지러 택시로 간 사이 김씨는 좌회전 신호를 받으며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54조 1항의 취지는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면 사고운전자가 피해자 구호조치 없이 사고 장소를 떠났더라도 뺑소니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또 "피해차량의 파손 정도가 경미하고 피해자도 통증을 호소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했더라도 도주차량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은 김씨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는 무죄,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는 공소 기각했으나 2심은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