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파운드화는 한때 안전통화로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파운드화가 급격히 추락해 환 투기의 대상이 되는 모습이다. 지금은 미 달러 기준으로 통화별로 혼조세, 카오스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 통화나 유로화에 대해서는 미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엔화나 영국의 파운드화에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심통화별로 각국의 통화가 혼조세를 보이면 헤지펀드 등 투기적 요인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그런 가운데 최근 파운드화의 약세에 대해 환 투기가 대상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에서 더블딥 이야기가 많다. 루비니 교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던 2011년 9월에 미국경제의 트리플딥 이야기를 했다. 경기의 저점이 세 가지 정도로 형성되는 것을 트리플딥이라고 한다. 미국은 트리플딥이 루비니의 예상대로 실현되지 않았지만 영국의 경제는 전형적으로 트리플딥을 보이고 있다. 더블딥이나 트리플딥이 무서운 이유는 경기침체의 골이 아주 깊었을 때 경기의 회복은 비교적 쉽지만 경기가 침체되다가 다시 회복되고 다시 침체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경기의 장기 불황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각도에서 경기부양 차원에서 파운드화의 약세가 필요한 대목이라는 영국 외환당국의 정책 의지가 시장에 읽혀져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다.
요즘은 중앙은행의 총재로 외국인이 많이 거론된다. 영란은행 같은 전통적인 중앙은행도 적임자를 찾을 때 인재를 세계 보편적으로 찾아 마크 카니라는 캐나다 총재를 거론했다. 위기 과정을 가장 잘 극복한 것이 캐나다 중앙은행이다 보니 이 사람을 차기 영란은행 총재로 내정한 것이다. 이 마크 카니는 영국의 경기를 위해 양적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적완화를 추진하면 파운드화가 약세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헤지펀드가 환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EU에서 영국의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에 있다가 탈퇴가 되면 그 국가의 통화가치는 외톨이 현상 때문에 약세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안전통화였던 파운드화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2011년 2분기 영국경제가 상당히 안 좋아 당시 제로 성장을 했다. 전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그 이후 경기가 반짝 살아나다가 작년 3분기에 영국에서 하계올림픽이 전개되기 바로 직전에 영국경제가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했다. 그 이후 올림픽 특수 때문에 경제가 +0.9%까지 성장하다가 작년 4분기에 다시 경제가 -0.1%로 떨어졌다. 경기의 저점에서 2011년 2분기 저점, 2012년 2분기 저점, 2012년 4분기 저점으로 가다 보니 트리플딥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트리플딥에 해당했던 국가는 바로 영국이다. 그래서 최근 영국경제에 대해 트리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마크 카니 효과라는 표현도 있다. 아베 효과에 이어 카니 효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많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영란은행 총재로 마크 카니가 취임하면 영국판 QE, 즉 양적완화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구상하는 내용이 의외로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차피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의 물꼬를 튼 것은 아베 정부 입장이다. 이것도 국제적으로 보면 G20에서 묵인적으로 용인됐기 때문에 다른 국가 입장에서는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걸려있어야 하는데 과감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국제적으로 상호주의 원칙에서 일본은 경기회복을 위해 용인해줬는데 영국이 만약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해 비판을 받을 수 있는가. 상호주의 원칙, 호의의 평등 원칙에서는 묵인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무서운 것이다. 이런 것이 카니 효과다.
세계에서 중심통화라고 하면 어떤 통화를 꼽겠는가. 미국의 달러, 유로화, 영국의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 일본의 엔화다. 이를 보통 5대 중심통화로 본다. 지금 상태에서 캐나다 달러를 제외하면 대부분 통화 약세를 도모하기 위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드라기 총재나 버냉키 의장 입장에서는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해 자국통화의 약세를 도모하는 국가의 의장 입장이지 신흥국들은 모두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안정 역할, 세계경제의 안정 역할을 해야 하는 미국과 일본, 영국의 통화약세를 동반 주도하는 것이다.
똑같이 자국통화 약세를 위해 수출을 진흥하는 정책을 보통 근린궁핍화 정책이라고 한다. 중심국가들이 통화 약세를 도모하면 다른 국가에 미치는 피해는 더 커진다. 그래서 강성 근린궁핍화 정책, 연성 근린궁핍화 정책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국이 평가 절하를 도모하는 이 정책과 미국이 평가 절하를 도모하는 이 정책은 상당히 내용이 다르다. 강성 근린궁핍화 정책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가 있다.
신흥국 등의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다른데 똑같이 평가절하를 하거나 근립궁핍화 정책에 대해 자국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 물론 글로벌적인 측면도 감안해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을 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중심국의 통화 약세 정책은 상당 부분 문제가 있다.
EU와 유로랜드 회원국을 비교해보면 EU는 27개 회원국이고 유로랜드는 17개 회원국이다. 물론 유로화는 유로랜드 17개 회원국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유로랜드에는 독일과 프랑스 같은 중심권이 있기 때문에 EU 국가들이 유로랜드로 수출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렇기 때문에 준 유럽권에 해당되는 것이 유로랜드에 포함되지 않는 EU 국가이고 대표적으로 영국이 그렇다. 그런 상태에서 보면 유로랜드는 단일 통화권을 전개하고 있는데 각자 따로 돌 경우는 결제통화의 혼동 문제, 적용환율의 혼동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유로랜드의 움직임과 유로랜드 회원국이 아니지만 결제통화 적용 환율의 통일성 등을 가져가기 위해 EU의 중심국에 해당되는 영국의 파운드화는 거의 연계되어 움직였다.
영국의 파운드화가 추락하면 나중에는 유로랜드가 본격적으로 통화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파운드화의 추락을 막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현재 유로랜드 회원국 입장에서는 유로화 문제에 대해 독일과 나머지 국가들 중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독일만 시장개입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통합을 위한다면,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 안정을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다면 유로화도 환율전쟁에 뛰어들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의 추락 문제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세계에서 보면 무역과 결제통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역 측면에서 다자 채널의 WTO 체제, 뉴 라운드 체제가 약화되기는 했지만 지역블록이나 FTA는 굉장히 추진하는 상태다. 미국만 해도 집권 2기에 수출 진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시 다발적인 FTA, 투자자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EU와는 범 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 협정, 범 태평양 국가와는 환태평양 경제동맹 등을 추진했다. 무역별로 통일화가 되면 그에 맞게끔 결제통화를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결제통화 입장에서는 미국의 위상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새로운 각도에서 그 국가들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FTA에 속하니 여기에 맞춰 결제통화를 가져가야 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미국과 영국, 일본, 유로화가 평가절하에 나선다면 그런 측면도 있지 않느냐. 무역 차원의 경제동맹에 맞춰 통화동맹을 가져가는 측면을 이해하는 시각이 있다. 만약 이런 시각이 있으면 글로벌 환율전쟁의 경우 의외로 오래 끌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매크로 헤지펀드란 금리 차이나 환차익 등 거시경제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투기적 요인을 공격해 돈을 버는 전형적인 헤지펀드다. 헤지펀드의 출발점을 매크로 헤지펀드로 볼 수 있다. 최근 엔화 약세에 배팅해 조지 소로스가 대단히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영국의 파운드화가 하락하고 있고 7월부터 마크 카니가 양적완화 정책을 한다면 파운드화가 더 약세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여기에 헤지펀드들이 공격하는 모습이다.
유럽과 관련해 우려가 되는 것은 파운드화의 추락이다. 20년 전, 1990년대 초 유명한 유럽통화의 위기라고 있었다. 그때 얼마큼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렸는가. 유럽 환율조정 체계의 한계 문제를 들었었다. 최근 그때의 주범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지 소로스가 다시 파운드화에 환 투기를 하다 보니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을 또 한 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초처럼 제2차 유럽통화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지금 상태에서 유럽 환율조정 체계는 유로화를 도입하기 위한 전 단계에서 제도적 보완을 가져가는 차원에서 한계가 드러났고 그 틈을 파고 들었기 때문에 유럽위기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유로화가 도입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동통화에 대한 보완점이 많이 된 상태다. 그때만큼 환 투기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유로화의 추락 문제는 유로화의 시장개입 문제나 글로벌 환율전쟁의 지속 가능성 등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러므로 파운드화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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