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 아베 정부의 무제한 돈 풀기에 우리나라가 최대 희생양이라는 외신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엔저 현상 가속화로 우리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전망도 대거 하향조정되고 있습니다.
오상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주식회사 일본이 주식회사 한국의 희생으로 회생하고 있다(Japan Inc. is coming back at the expense of Korea Inc)."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내수경기를 살리려는 일본의 `무제한 돈 풀기`에 대한 블룸버그의 평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과 일본이 수출 시장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며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두 나라의 대결은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대대적인 환율공세가 한국엔 희생을, 일본엔 회생을 안겨주고 있다는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양국 대표기업인 도요타와 현대·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자동차는 해외 판매 과정에서 딜러들의 마진을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 가격이 오를 경우 업체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도요타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을 제치고 1년 만에 글로벌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엔저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됐습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엔저·원고 영향으로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후퇴한 상황.
시장에서는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과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저를 발판 삼아 우리나라와 경쟁이 심한 호주와 러시아 등지에서 유리한 입지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올 들어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에 본격 시동이 걸리면서 우리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전망치도 대폭 낮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말 2조3천384억원에서 최근에는 2조745억원으로 2천600억원 넘게 감소했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한 달 만에 전망치가 각각 9.4%, 3.6% 줄었습니다.
이 밖에 동국제강(-97.7%)과 LG디스플레이(-43.5%), 삼성정밀화학(-38.1%), OCI(-29.8%), 삼성테크윈(-29.3%) 등의 실적 전망치도 대폭 감소했습니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지속되다보니 특히 일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자동차와 석유화학, 철강 등의 분야에서 실적 전망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독일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의 비판에도 일본은 앞으로도 엔저 정책을 고수할 뜻을 밝혀 엔저의 유탄을 맞은 한국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오상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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