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과 `박카스 분리`를 추진하는 동아제약 지배구조 개편안이 우호지분의 지지에 힘입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신주를 한꺼번에 대량 발행, 대주주가 단기간에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높이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동아제약은 28일 오전 10시 용신동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지주회사 전환 안건이 주총 참석 지분 73%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총 1천35만주가 참석했고 그 중 759만주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 요건인 3분의 2를 넘겼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177만주(17%)가 반대표를 던졌고, 97만주(9%)는 기권했다. 또 이동훈 전무 등 동아제약 임원 3명을 사내이사에, 조봉수(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에 각각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통과됐다.
하지만 1회 신주발행 물량 제한을 없애는 정관 개정 안건은 65%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이날 주총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지분 9.91%), 오츠카제약(7.9%), 우리사주조합(6.7%) 등 우호지분과 외국인(5.4%) 등이 강신호 회장(14%) 지지를 선언하고 지난주말 지분 4.2%를 보유한 녹십자까지 대주주 편에 선 후 그 결과가 사실상 예견됐다.
주총에 상정된 동아제약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회사를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사업자회사 동아ST로 인적 분할하고, 지주회사 아래에 비상장 `동아제약`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인 새 동아제약은 회사의 수익창출원인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사업을 맡는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동아제약은 3월 1일부터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전문의약품사업부문), 동아제약(일반의약품사업부문)으로 분할된다. 주주들은 보유주식 1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0.37주와 동아에스티 0.63주를 받는다. 기존 동아제약 주식은 다음달 27일부터 4월 11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4월 12일에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로 각각 변경상장과 재상장된다.
동아제약은 이날 지주사 전환의 최대관문을 통과,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분야별 경영 전문성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원배 사장은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출범으로 사업부문을 전문화, 핵심사업에 집중 투자하기가 용이해졌다"며 "신약개발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사 분할로 핵심사업인 박카스와 일반약 브랜드들이 `비상장 동아제약`으로 넘어가 주주들의 직접 지배를 벗어나게 됐다. 국민연금기금은 핵심사업 비상장화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고, 소액투자자 커뮤니티도 비상장사를 매개로 한 편법 상속과 성과 유출이 우려된다며 분할안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날 주총에서도 분할안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과 회사 사이에 1시간을 넘는 격렬한 토론이 벌어져 당초 예상보다 진행이 지연됐다. 특히 정관 개정 안건 중 대주주 등이 자회사 주식을 현물출자한 경우 지주사 신주발행 물량 제한(20% 이내)을 없애 우호 지분에 신주를 대량 배정하려던 회사의 계획은 무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까지는 동의하지만 신주를 대량 발행, 한꺼번에 회사를 장악하는 것에는 반대한 기관투자가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동아제약이 표에서는 이겼을지 모르나 명분에서 졌다"며 "동아제약의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이와 관련 "시장의 우려를 소중한 의견으로 새겨 듣고 성장을 달성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면서 "약속한 대로 3월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고쳐 박카스 매각 우려에 대한 시장 의견을 반영하고 아울러 비상장 사업자회사에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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