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유럽연합(EU)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수상식장 밖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시위대가 EU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항의했다. EU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생산하는 지역에다 작년부터 불거진 재정위기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에 반대한다는게 이들의 목소리였다.
(사진 = 노벨 평화상 시상식장)
시상식장에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명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으로 이탈리아 증시는 2% 넘게 급락했고 긴축안 추진에 대한 우려로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수직상승했다. 비록 그리스가 유로존 구제금융이 타결되면서 국채 환매를 하루 더 연장하겠다며 사태 수습의 끝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올해 출간된 이헌재 전 부총리의 `경제는 정치다`는 유럽의 현재 상황의 원인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물론 한국사회의 문제를 폭넓게 다뤘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치적 안정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도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기 한참 이전에 전 세계적인 경제적 불균형은 결국 정치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경제현상을 정치 시스템이 따라잡기 힘들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 가능성이 보여줬듯이 EU는 정치적으로 언제든지 불안정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간 뿌리 깊은 불신과 경쟁심, 영토와 인구가 많은 회원국과 그렇지 않은 회원국 사이의 시기와 불공평에 대한 갈등, 경제적으로 부유한 북부와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남부 유럽의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노벨위원회는 EU의 평화상 수상 이유를 "유럽 대륙의 안정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옛날 같으면 1,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이 벌어졌을텐데 이를 협상과 설득을 통해서 막아냈다는 `격려`가 그 한 가지요. 비록 바닥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추락했지만 `유럽은 그래도 유럽`이라는 `오만`이 나머지 한 가지다.
내년 가을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독일 기민당(CDU)은 기존 유로존의 유지를 선택했다. 그리스가 탈퇴할 경우 유로존이 붕괴할 것이라며 결국 적극적으로 유로존 구하기에 나서며 결국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유럽 은행의 단일감독기구 설치, 각 회원국 정부의 재정통제 등 다음 수순은 지금보다 강력한 단일정부를 향한 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과연 독일의 뜻대로 보다 단일화된 EU가 탄생할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개인적으로 노벨위원회는 이 점이 평화상 수여의 이유로 판단했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질 이해갈등과 이합집산은 오히려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독거리는 격려가 필요한 만큼 오만과 독선을 꺾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시아 경제통합을 추진중인 한,중,일 3국과 아세안 회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가 아닌가 싶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