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커스 2부-이슈진단
동양증권 이석진 > 11월 자산시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극심한 눈치 보기가 횡행한 한 달이었다 정의할 수 있다. 원인은 단 하나다. 바로 미국의 재정절벽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월초에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지만 갈수록 원만한 사태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상저하고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자산시장 성적은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다.
11월 주요 자산의 상승률 차트를 보자. 급등한 자산도 없고 급락한 자산도 별로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아 양강인 중국과 일본증시의 상반된 성적이다. 중국상해증시는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2000포인트 아래로 내려왔는데 외국인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둔화로 내국인들이 점점 주식투자를 회피하는 것이 지속적인 하락 요인이다.
반면 일본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한 편이다. 이는 엔화 약세와 관련이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가 인플레이션 용인정책을 천명하면서 엔화 약세를 가져왔다. 전통적으로 엔화 약세는 수출주들의 강세를 이끌면서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일본 증시상승 역시 일리가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증시는 강보합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금값은 약 10% 정도 상승했다. 그래서 원자재시장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연간 평균 금값도 소폭이나마 상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편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 근거로는 매년 고점을 돌파하던 금값이 올해는 작년 고점인 1900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올해 금값 흐름에서 의미를 두어야 할 부분은 단순 상승률보다 안전자산의 지위 회복이다. 바로 안전자산의 주요 특징인 저위험 저수익에 부합했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금값이 급등하면서 변동성 역시 증가함에 따라 금이 과연 안전자산인가에 대한 논란이 높았다. 올해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안전자산 성격이 강화된 측면이 높다. 평균 금값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 금값 변동성은 아주 많이 나아진 것을 볼 수 있다.
향후 금값 전망 역시 어둡지 않다. 무엇보다 기존 금값의 상승을 이끌었던 요인들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물가변동에 대한 헤지, 금융위기에 대한 헤지, 통화량 증가에 대한 헤지 등 금 만한 대안이 없다. 여기에 더해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매입은 금값의 하락 리스크를 방어하는 대표적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만 해도 한국, 러시아에 이어 그동안 금 투자를 등한시해왔던 브라질마저 동참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자산포트폴리오에서 금을 제외시킬 하등의 이유를 찾기 힘들다.
지난 10년 간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 어느 시점까지도 계속해서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이론이 바로 달러 몰락에 대한 시나리오였다. 2000년대 이후부터 달러가 몰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았다. 그 원인으로는 대표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효용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원자재 상품 수출국에 통화 다변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마찬가지로 달러 약세가 올 것이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과의 무역 불균형 심화가 달러 약세를 이끌 것이라는 대표적인 원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런 근거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선 기축통화로서의 효용가치 하락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에 유로화의 안착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60% 초반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유럽재정위기에서 점화된 금융위기는 다시 달러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고 달러 비중은 증가일로에 다시 오고 있다. 경쟁통화인 유로화의 몰락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디에서도 달러 효용가치 하락론은 찾기 힘들다.
두 번째로는 원유 수출대국 사우디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상품수출 통화로서 달러를 교체해야 하겠다는 의견이 높았다. 실제로 최근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면서 다시 달러 대체통화로서의 중동국가들의 의견은 많이 사그라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들 수 있다. 계속 증가하던 중국의 무역수지는 감소하고 있고 미국의 무역수지도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향후 미국 무역수지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역시 달러가치의 몰락이라는 시나리오와는 배치된다.
마지막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재정절벽 시나리오가 있다. 이것도 미국의 재정지출이 감소한다고 봤을 때 달러가치의 상승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역시 달러가치의 몰락과는 관련이 없다.
현재 시점에서 달러 약세에 배팅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진정한 달러 약세로 간다면 다시 이전과 같은 신흥국의 발전과 함께 슈퍼 사이클의 재도래 등의 시나리오가 나온다면 그때 가서 다시 달러 약세 시나리오가 힘을 얻을 것이다.
엔화와 유로보다는 원화, 원화보다는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우선 가장 관심이 있는 엔화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볼 필요가 있다. 엔화와 달러의 상대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미국의 국채금리다. 엔달러지수와 미국 국채금리 차트를 보자. 2004년 이후부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떨어질수록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유지한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는 직관적으로도 양국의 금리 스프레드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엔화의 매력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다면 엔화는 달러 대비 상대적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2012년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 추세가 거의 바닥 수준에 들어선 것으로 인식되면서부터는 엔화 역시 더 이상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양국의 10년물 국채금리 차이가 0.8% 정도에 불과한데 두 국가의 물가수준 차이 등을 고려하면 스프레드의 추가 축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화 역시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08년 이후부터 엔화는 지속적인 가치 상승이 이루어진 반면 원화는 2008년 초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다.
그리고 정부의 통화 약세 정책에 기인한 점도 있지만 지난 10년 간의 경제성장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고 기업 경쟁률도 한국이 투자하고 있다고 봤을 때 한국의 원화가치가 일본 엔화가치에 비해 저평가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에도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지속적인 강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러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무역수지다. 무역수지가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인해 감소하는 구간에서 원화가 지속적으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2013년 1분기, 2분기까지는 달러 대비 강세를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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