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썩은 쓰레기 악취가 코를 찌른다. 쥐와 벌레가 도처에 떼 지어 있다. 여기저기 고여 있는 썩은 물에는 이끼가 검푸르게 올라와있다. 거대한 쓰레기 산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는 이 곳 `톤도`는 끔찍할 정도로 불결해 마치 신도 외면한 듯하다. 필리핀에서도 가장 못사는 극빈층과 흉악범들이 모여 사는 이 곳. 정부마저도 방치해 둔 3만여 채의 판잣집 마을에 12년 넘게 톤도 아이들을 돌보며 봉사하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김숙향 선교사다.
톤도 빈민가 사람들은 대부분 극심한 가난으로 희망 없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평범한 인간이 갖춰야 할 윤리의식마저 져버리기 쉬운 곳이기에 패륜 범죄도 속출한다. 자연스럽게 이곳 아이들은 방치되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 심지어 조직폭력배에 끌려 장기를 적출당하는 사건도 빈번하다. 김숙향 선교사가 톤도에 교육 센터를 짓고 아이들을 데려다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한 이유다.
김숙향 선교사는 톤도 교육 센터에서 `가치관 수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부모와 가난, 세상을 원망하며 삐뚤어지기 쉬운 아이들에게 가난을 딛고 일어설 용기와 당당함을 심어준다. 자신의 미래를 가난하다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와 세상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는 수업이다. 톤도 교육센터는 성공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교육으로 올바른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있다.
"톤도 센터에서는 특이하게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꿈 교육을 한다. 센터에서 꿈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목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영어와 수학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을 배워서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이 아닌가?" (본문 중에서)
다시 태어나도 톤도에서 살고 싶다는 순수함을 가진 톤도 교육센터의 아이들. 이들이 진흙하나 묻지 않은 연꽃처럼 살 수 있게 한 이 곳의 특별한 교육은 무엇일까? 한국의 교육이 소수의 뛰어난 인재를 길러내는 지옥 같은 입시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상적인 교육이 여기 톤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르치는 이곳의 교육 철학을 살펴보자.
이지성·김종원 지음/ 유별남 사진/ 문학동네 출판/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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