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5편. 영아들의 ‘배꼽인사’…“한 번 더” 새롭게 보기
지난 칼럼에서 인사는 만남과 관계가 시작되는 링크이며 영아들에게 있어서 행위를 알려주는 것보다 정서와 감정의 경험이 중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처음 배꼽인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집 근처 유치원의 원장님께서 아이들에게 인사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나의 가족 4명 중 3명은 교사이기 때문에 나는 아주 어린시기부터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사명감 혹은 직업병을 경험해 왔다. 바로 ‘가르치고 싶은 혹은 가르쳐서 주고 싶은 마음’ 이다. 친절함과 이타적인 성향을 갖지 않고 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마음 한 구석에선 내가 알고 있는 걸 상대방에게 알려줘서 그대로 변했으면 하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 다행히 가정의 문화가 민주적이었고, 한 가지 상황을 다양하게 해석해 보라는 부모님의 조언의 영향으로 나는 어린이들이 한 가지 경로와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내가 원하는 대로만 상대가 변했으면 하는 내 욕심 만을 챙기며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어른들이 좋다고 판단하여 알려주는 것과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유감일 뿐이다.
다시 아이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왜 아이들은 어른들이 바라는 것만큼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들… 그들이 체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느끼고 있니 얘들아? 왜 인사를 하지 않니? 라고 난 속으로 물어본다. “선생”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서 어른으로서 우린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시작으로 우리의 이전 경험들을 한 번 뒤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
** 지난 칼럼 보기 http://www.wownet.co.kr/news/wownews/view.asp?artid=A201211090193&bcode=T01010000
어른들의 인사문화: 주변 지인들과 인사에 대한 복잡 다단한 감정 나누기
아이들을 이해해 보기 위해 나는 만1~2세의 자녀를 둔 지인들과 미혼인 20~30대의 지인들에게 나의 관심사를 전했다.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인사에 대한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고 해석해 보는 시도를 했을 뿐 아니라 나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인사에 대한 복잡하고 모호했던 감정들이 분명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래 내용들은 지인들과 ‘배꼽인사’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함께 나누며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정리해 본 내용이다.
*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보통 학생들의 인사를 기다리신다. 하지만, 어떤 선생님은 인사를 받고 또 어떤 선생님은 학생을 못 보신 건지 본체 만 체 스쳐 지나간다. 그때 느꼈던 묘한 감정… 인사라는 것은 어린 사람들이 어른들에 대한 예절을 지키려 한 행동이며 배려였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 거지?라고 순간적으로 느꼈다. 인사 하라고 가르쳐준 사람도 어른들, 인사를 받지 않는 사람도 어른들인데 이럴 거면 인사는 왜 알려주는 것일까?
*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아랫사람들이 인사하기를 기다리시지만, 요즘 엘리베이터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일반적으로 인사를 기다린신다기 보다 시선을 돌린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요즘 젊은 이들에게 그런 일들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선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면 관계가 형성이 되고 그럼 그 다음엔 왠지 젊은이에게 안부의 말이나 조언을 해주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느껴지시는 것 같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안은 뭔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감정과 정적만이 흐른다.
나는 지인들과 인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장 과정 뿐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 이어지는 개인적인 경험들은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놀라워 하였다. 또한, 2012년이라는 현 시점을 살아가는 세대들 간의 차이가 아주 크며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마음 속에 불편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모두 다 큰 어른들이지만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소심한 마음이 드러나고 소심함의 이유를 찾아보면서 우린 약간 힐링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어른들도 정리가 안 된 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한 건 아닐까 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성인들은 인사만 받으려 한다. 하라고 해 놓고 자신들이 편한 대로 받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이런 다중적인 메세지가 아이들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다. 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의문으로 남아 있는 엘리베이터에서의 만남과 인사문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관계는 그 만큼의 친밀감이 없기 때문에 서로 시선을 피하시는 걸까? 그럼 아파트 문화가 문제인가………? 라고 말하다 우리 너무 주제에서 많이 벗어났다며, 우리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심각한 이야기가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잘 시키자’ ‘잘 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보자’ 혹은 ‘인사를 시키지 말자.’ 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지금 그 생각들을 잠시 내려놔 주길 바란다. 다만, 우린 모두는 존중 받을 만한 그런 사람들이다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이 글에 조금이나마 공감 되거나 가치가 있다고 동조한다면, 먼저 인사를 건네보자. 하나의 소중한 존재로서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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