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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 IMF 구제금융 신청 15년...남은 것과 사라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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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19일은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단기유동성 자금의 지원을 요청한 날이다. 2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나라를 잃은 경술국치와 비슷하게 한국인들에는 `경제국치일`이라는 아픈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과 한국 경제, 한국인은 이후 유례없는 변화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변화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충격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석을 파고들었다. 미쉘 캉드쉬 당시 IMF총재와 구제금융 협정을 체결한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말했듯이 구제금융 신청은 한국 경제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기 위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대기업의 연쇄적인 파산과 구조조정, 그에 따른 대량 해고, IMF의 의지에 따른 고금리와 고환율 정책, 國富의 유례없는 유출...구제금융의 후폭풍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국은 그야말로 믿고 있던 하늘과 땅이 꺼지는 경험을 했다고나 할까? 지금도 떠올리면 아찔했던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 혁명적 변화를 겪으면서 더욱 강해졌다는 한국에서는 무엇이 남았고 무엇이 사라졌을까?

확실하게 살아 남은게 있다면 `무능력한 지도층`일 것이다. 경술국치나 경제국치일이 무능력하고 부패한 정치권과 관료들의 합작품이었지만 2012년 11월에도 이 상황만은 크게 변치 않아보인다. 15년간 이들의 영향력은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오죽하면 스스로 개혁을 해야한다는 위기감까지 들었겠는가? 다음은 소수 대기업 중심의 수출지향형 경제구조이고, 여전히 창의적인 비즈니스 보다는 제조업이 경제의 등줄기를 구성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역량은 여전히 전체 경제규모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다. 직장에서 밀려난 수많은 사람들이 영세자영업자로 변신하는 상황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끔찍한 교육열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자식사랑(?)의 레이스는 여전하다. 한반도를 둘러싸로 힘겨루기를 하는 4강과 변화를 거부하는 북녘의 자세도 요지부동이다.



사라진 것은 바로 `중간(中)`이다. 한국 사회의 허리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중산층이, 대기업과 한국 경제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잇는 중소기업이 사라졌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체제로 바뀌면서 1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부동산 불패 신화`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역사의 한 켠으로 사라지고 있다. 가족의 해체로 가정은 더 이상 뒷심이 강했던 한국의 요람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사이버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날로그 시대는 추억이 되고 있다.

IMF 구제금융 신청은 분명 한국을 송두리째 바꾸는 출발점이었다. 15년 동안 위기가 새로운 기회와 영웅을 만들기도 했고, 구체제에 안주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것들은 한 순간 멸종되기도 했다. 공과(攻過)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앞에 놓인 15년은 지나간 그것보다 더 빠르고 무섭게 변해갈테니 제대로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변함없는 로드맵이 국민적 합의하에 마련되야만 할 것이다. `2020년 몇 대 강국`, `2030년 몇 만 달러 선진국`과 같은 진부한 슬로건이나 구호는 쓰레기통에 던져야 한다. 보다 세밀하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15년 전과 같은 황망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의 국민들의 태도를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80~90년대 자고나면 손만 벌리는 중남미 국가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렇게 또 15년이 흘러가면 한국과 이들의 운명이 분명히 다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15년 전 온 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통과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두려움을 이겨냈던 한국인들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다만 이런 고통과 두려움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2001년 19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할 당시 정부 고위관료가 되뇌었던 그 말을 잊을 수 없다. "한 번 더 이런 일을 당하면 한국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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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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