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류 열풍, 유행을 넘어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간 경제 유발효과는 5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면 더 큰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류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산업간 연계는 물론 끊임없는 컨텐츠 개발이 필수입니다. 채주연 기자입니다.
<기자> 영국, 독일, 프랑스. K-POP이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까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금발에 푸른 눈의 소녀들이 한국 가요에 춤을 추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습니다.
아시아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건 전례를 찾기 힘듭니다.
80~90년대 인기몰이를 했던 일본 J-POP도 파리, 로마 등 세계적인 도시 한 복판에서 수 만 명이 모여 춤을 추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한류 확산은 우리나라를 문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한류의 주역인 음향영상서비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발매 이후 탄력을 받아 지난 8월 1천340만 달러라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음악을 포함한 개인·문화·오락서비스 수지는 3분기까지 3천730만 달러, 한화로 약 400억원의 흑자를 내 지난해 같은 기간 2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K-POP 스타들의 소속사인 에스엠의 영업이익이 올해 200% 넘게 증가할 전망이고, 싸이 소속사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50% 넘는 이익 증가가 예상됩니다.
한류를 따라 국가 이미지도 개선되면서 관광객 증가는 물론 각종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공개 110일만에 조회수 7억건을 돌파한 ‘강남스타일’.
이 뮤직비디오를 접한 외국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단편적인 영상에서 더 나아가 한국의 문화를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는 겁니다.
일부 팬들은 K-POP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방문합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천만명을 넘어설 전망인데, 훈훈한 한류열풍 덕분에 IMF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던 관광수지가 올해는 흑자로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정민 /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글로벌한 문화 주류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서 연관산업의 경제유발 효과도 굉장히 커졌습니다. 과거엔 매년 4조원 정도 창출효과가 있었다면 최근엔 5조원 정도로 확대됐고, 앞으로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행업계는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인바운드 매출이 전년대비 50% 증가했습니다.
인바운드 사업 성장성이 높아지자 여행업체들은 앞다퉈 국내 호텔 지분 참여에 나서며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희석 / 하나투어ITC 회장
"저희는 여행업을 하고 있는데, 지금 호텔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국의 호텔산업을 해보겠단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한류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운 국산 화장품 업체들 역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K-POP 스타를 비롯해 한국 여성의 화장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화장품 선호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인터뷰> 네이처리퍼블릭 홍보팀
"최근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급증하면서 명동 월드점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80%를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50%, 일본은 40% 정도입니다."
화장품업계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은 각각 13%, 20% 증가했습니다.
국내에서의 관광객 판매도 쏠쏠하지만, 중국, 동남아 등 해외 매출이 해마다 20~30%씩 늘고 있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국산 화장품의 인기에 면세점들은 아예 전용 매장을 만들었습니다.
<전화인터뷰> 롯데면세점 홍보팀
"잠실점과 코엑스점에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국산화장품과 경쟁력 있는 국산품을 전면 배치했습니다."
국산 브랜드만 10여개가 입점해 있는데, 전용매장을 만들기 전보다 화장품 매출이 22% 늘 만큼 반응이 좋습니다.
연간 5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내고 있는 한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컨텐츠 경쟁력 강화가 시급합니다.
2000년대 전반에 걸쳐 한국 가수들과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 드라마들이 한류 바람을 몰고왔지만 단기에 그친 바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황금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류 확산에 직접 개입할 게 아니라, 컨텐츠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한 개별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POP 한류가 걸그룹 댄스 따라하기에서 싸이와 같은 문화 아이콘으로 확대된 것처럼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공략해야 한단 조언입니다.
<인터뷰> 고정민 /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K-POP이 어느정도 질릴 때가 됐을 때 싸이가 나왔습니다. 싸이가 한동안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할 것이고, 이게 지루할 때 쯤 되면 다른 장르의, 어떤 종류의 것이 새로 나와서 한류가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문화 현상을 넘어 제3의 수출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류의 열기를 어떻게 지켜내느냐에 따라 경제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채주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영상에서 본 것처럼 한류의 경제유발 효과가 5조원이라고 하면 국가적인 측면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굉장한 경쟁력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은 기존의 한류가 인기를 끌었던 때와는 차별되게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앞으로의 한류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기존 한류가 드라마나 연예인 관련 상품 수출에만 그쳤다면 이번엔 좀 다릅니다.
`한류 스타`나 `한류 드라마`란 꼬리가 붙는 연예인이나 드라마, 그러니까 일부에 그친 한류가 아니라 문화 전반, 나아가 한국의 상품과 국가 브랜드까지 강화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요.
각 기업들도 대외 홍보효과를 높이는덴 이만한 아이콘이 없는 것으로 보고 앞다퉈 싸이를 광고모델로 발탁하고 있습니다.
싸이의 인기는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 상승까지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말춤으로 인기를 끈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사그러들게 되면 이 정도의 한류 열풍을 일으키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이 열풍을 식지 않게 이어가는 게 관건인데, 정부에선 현재 어떻게 지원하고 있죠?
<기자> 정부가 최근 한류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려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싸이의 인기가 단기간에 치솟으면서 한류의 가능성이 갑작스레 커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문화적인 측면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문화관광부가 내년 3천200억원의 한류 예산을 확보한 상태인데, 아직까진 문화에서 관광까지만 연계 가능한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문광부는 한류 지원사업으로 K-POP 공연장 건립과 한류 아카데미 확대, 재외 한인문화회관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내에 대형 공연장을 세워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해외 문화교류를 확대해 한류를 널리 알린다는 건데요.
정작 컨텐츠 강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음원이나 뮤직비디오 등에 대한 사전심의, 유해매체물 지정 등이 필요 이상으로 엄격해 경쟁력을 떨어트린단 지적이 있는 한편, IT강국의 기술을 백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문화 확산 측면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일본이나 대만 등에서 보이듯 반한류 기조를 자극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는데요.
한류가 지속적인 경제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접근과 함께 컨텐츠 개별 기업을 지원한다거나, IT 연계 컨텐츠 개발 등 산업적인 접근을 병행해야만 더 많은 산업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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