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1부- 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전문위원 > 오늘 월가는 큰 우려를 잠재워준 절반의 성공을 했다. 로이터통신의 마감브리핑을 보면 오늘 뚜렷하게 일어났던 월가의 분위기는 바로 현금 확보였다. 오랜만에 문을 연 증권거래소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는 사진이 오프닝으로 나와 있다. 태풍의 피해집계가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미 대형 은행들과 주요 기관들은 회사채와 단기채를 매도하면서 현금확보에 나섰고 미 증시 거래량도 오늘은 상당히 적었다.
여기에 일반 기업들도 은행 러쉬가 있었다. 현금을 있는 대로 확보하려고 은행을 찾는 수요가 많았고 은행들은 혹시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인 연준에서 0.75% 금리로 긴급 자금을 수혈 받아 쓸 수 있는 현지 시스템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신청해 이용한 시중은행은 없었다는 보도 내용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글로벌 ATM이라는 오명이 붙은 한국증시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현재 월가의 CP, 레포, 오버나잇 금리 모두 세컨더리 마켓에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지난 주말 대비 갭상승했지만 큰 폭의 이례적인 급등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왜냐하면 발빠른 기업들은 이미 증시가 닫혀 있는 월요일과 화요일 중 어떤 루트로든 현금을 마련해 놓았고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정식으로 문을 연 수요일에 이런 수요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였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미 증시 거래량도 다음 주 초반은 되어야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마침 미국 대통령선거가 다음 주 화요일이니 대선 후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조금 더 커졌다. 다만 미국이 태풍으로 2거래일 휴장하고 3거래일 만에 이번 주 증시가 처음 열렸는데 큰 이변 혹은 변동성 없이 보합 정도로 끝난 것만 해도 일단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태풍 샌디를 증시 재료로 해석할 때 수혜주와 그 반대의 종목을 꼽았다. 이번 태풍 샌디의 수혜주로 우리나라 기업들과 관련된 종목이 있거나 관련된 업종이 있는지 살펴보니 며칠 동안 모범답안 격으로 이야기했던 홈디포와 로즈, 건설 내외장용 유리를 제조하는 오웬스코닝이 꼽혔고 반대로 카지노 레스토랑 할인점 등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골드만삭스는 이들 기업들의 재고량과 휴업일수, 피해 수리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태풍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 태풍이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반응을 보자. 모든 가능성을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주가로 표시하는 사이트인 인트레이드는 태풍 이후 오바마 당선에 배팅하는 투자자가 급등하면서 롬니 후보를 2배 넘는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68.9%로 격차를 넓혀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로 치면 스포츠토토와 같은 배팅 사이트에서 내다보는 당선 가능성이고 실제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내의 선거인단 대위원은 이정도로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증시가 오랜만에 열리니 여러 가지 뉴스들도 한꺼번에 쏟아지며 상당히 복잡한 하루였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내용을 보자. 태풍에 이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부각된 이슈는 애플 관련된 소식으로 포츈지의 컬럼을 보자. 애플의 주요 경영진 교체 소식 때문에 애플 주가도 급락했고 기술업종 전체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일단 매수를 망설이는 분위기였다. 이번 인사에서 스티브 잡스의 동료이자 후계자가 된 현 CEO 팀 쿡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총괄 본부장과 영업 총괄 이사를 해임한다고 밝혀 본격적인 팀 쿡 리더십에 시동을 걸었다.
포츈지에서는 이 배경으로 네 가지 정도를 지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들어보자. 먼저 애플은 지난 3분기 실적 결과가 부진했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두 분기 연속으로 예상치에 미달하는 성적을 냈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중국 판매망 확보가 점차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경질된 영업 총괄 임원에 대한 자질 문제가 누차 거론됐다. 중국시장은 개척하기 힘들고 우리나라도 처음에 중국에서 망한 기업이 많았다. 중국 쪽의 드라이브가 더뎌진 것도 교체의 원인이 됐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 서거 바로 전날 공개된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그 이후 이렇다 할 개정판이나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고 최근 지도 서비스도 평가가 형편 없었다. 네 번째, 마지막으로 광고 컨셉에 관한 의견이다. 지난 올림픽 기간 중 애플은 그동안의 상징이었던 기발한 광고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사람들은 실망을 한 반면 우리 삼성전자는 애플을 풍자하는, 그렇다고 법적으로 큰 하자는 없는 훌륭한 광고를 내면서 후광효과를 톡톡히 받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트렌드를 통해 애플과 삼성의 광고전쟁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삼성전자가 선제공격을 했다. 애플 아이폰5와 삼성전자 갤럭시S3 사진과 기능을 마주보게 나열했다. 갤럭시S3의 기능이 훨씬 많으니 제목에 ‘천재가 아니어도 딱 보면 알 것’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놓았다. 이에 애플이 반박광고를 냈는데 카피가 조금 자극적이다.
‘싸구려 플라스틱은 고르지 말라’는 것이다. 이럴 때는 누가 봐도 먼저 흥분한 사람이 지는 것이다. 그리고 기능도 애플이 훨씬 더 많다고 적어 놓았다. 하지만 기능 중 ‘새롭게 바뀐 플러그’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말로 하면 ‘새로운 충전 잭’인데 이것을 기능이라고 볼 수 있을까. 조금 구차해 보인다. 하지만 애플의 사세가 조금씩 기울고 있는 것이 삼성전자에는 좋다면 좋은 내용이 될 것이다.
장중과 마감 후의 애플 주가를 비교해보자. 장중에 1.44% 하락 마감한 후 마감 후 거래에서 약간 더 밀리고 있고 반등이 후에도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 기술업종 월가 약세는 이것으로도 설명이 된다.
마지막으로 유럽소식을 보자. 어제 유럽소식은 답답한 것이 많이 나왔는데 유일하게 그리스 긴축협상 타결만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소식이 나왔다. 어제 분명히 그리스 안토니오 사마라스 총리의 기자회견 내용을 통해 EU, IMF, ECB의 트로이카 실사단이 그리스 측에 제시한 긴축안에 동의했고 그래서 협상이 타결됐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됐다.
이 발표가 나간 이후 바로 몇 시간 만에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그리스 긴축안에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까지 협상이 타결된 것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도 그리스가 먼저 긴축안을 완성해 다음 번 시한으로 설정된 11월 11일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어 달라고 강조했다. 그때까지 계속 불확실성은 상존할 것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같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MSCI 한국지수를 보자. 역시 미국증시가 닫히면서 3거래일 만에 거래됐는데 0.37%다. 그래도 선방 정도는 했다고 본다. 지난 금요일 이후 월, 화요일 우리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태풍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현금화한 것이 있다면 이를 약간 되돌릴 수 있는 성의를 보일 수 있다. 또 오늘 앞서 본 대로 미국의 기관들이 현금확보에 나서면서 달러는 소폭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오늘 환율도 약간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오늘 개장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HSBC PMI 발표가 있다. 이것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PMI가 발표된다고 한다. 이것도 주의 깊게 보며 변동성에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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