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1부 - 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해설위원 > 믿었던 FOMC마저 월가를 고무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미 증시 마감브리핑을 살펴보자. 제목을 보니 시큰둥이라고 나와 있다. 현지 분위기도 바쁘기는 하지만 큰 분위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목에 나온 기업실적과 연준의 FOMC 결과 모두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설명된다.
오늘 마감브리핑은 내용이 짧다. 오늘 미 증시 메이저급 재료였던 FOMC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고 기업들의 실적도 그저 그랬다. 특별히 오늘 투자자들이 오늘이라고 해서 저가매수에 나설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유일한 호재가 있었다. 9월 신규주택판매가 5.7% 급증하면서 2년 반래 최대폭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신규주택 허가건수, 주택착공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을 때 물론 기쁜 소식이기는 하지만 주택착공이야 팔린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만약 시간이 지나서 팔리지 않으면 그대로 재고물량으로 잡힐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주 신규주택판매를 확인해보자고 했는데 마침내 오늘 결과로 인해 미국 주택시장의 바닥탈출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주택시장이 살아나야 어차피 신용으로 살아가는 미 국민들의 대출한도가 늘어날 것이고 이렇게 늘어난 가처분 소득으로 이 사람들이 소비를 활발하게 하면 기업실적은 늘어나며 기업들은 수요증가를 충당하기 위해 고용을 늘린다. 결국 소비가 더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바로 주택시장 반등에서부터 형성된다. 중장기로 봤을 때 신규주택판매의 서프라이즈가 오늘 기업실적 부진이나 유로존 이슈를 다 덮고도 남을 만큼 확실한 호재였는데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전문가 평가를 들어보자. RBS 증권은 최근 모든 지표들을 봤을 때 미 주택시장의 상승 사이클 진입을 증명하고 있었다. 현재 미 부동산 시장에는 재고수준이 매우 낮고 어디를 봐도 불안정한 시그널은 찾을 수 없다고 호평했다. 현재 미국경기의 펀더멘탈 현상 유지만 된다고 해도 주택경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까지 쭉 개선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시장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미 대선이다. 관련된 내용을 뉴욕타임즈를 통해 보자. 뉴욕타임즈 컬럼을 보면 11일 앞둔 미 대선을 바라보는 월가의 표심은 공화당 롬니 후보로 약간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가 경제적 관점에서 이를 글로벌 메이저기관들의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힌트를 찾아봐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지만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대한민국 주식도 위험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잘 볼 필요가 있다.
롬니와 오바마 지지율은 지역별로 1~2%p 격차로 그야말로 초박빙이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는 지지율이 하락 추세에 있었고 롬니는 상승 추세에 있다가 정확히 맞았다는 점이다. 정치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것이 오바마 지지층을 결집시킬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변수가 남아있지만 월가의 분위기는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프랭-닷 법안이나 볼커룰 같은 금융규제안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이는 달러가치에서부터 일반 국민들의 대출금리까지 모두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수 조 달러 규모의 불확실성이라는 주장이다. 1조 달러가 우리나라 돈으로 1100조 원이니 최대 10배가 될 수도 있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해당하는 불확실성이다.
미국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비용으로 4~6조 달러가 들었다고 하니 이에 맞먹는 비용이다. 이것이 바로 하루 아침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롬니 후보가 당선될 경우 차기 연준의장으로 콜롬비아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매파적인 후보가 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있을 정도로 월가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합종연횡으로 대선에 얽혀 있다.
여기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자. 이런 엄청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하우스뷰 첫 번째는 파이어포인트 증권의 의견이다. 만약 롬니가 당선되어 버냉키 연준의장의 조기퇴진을 압박하고 버냉키는 여기에 실력 저지로 버티게 되면 이상한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다는 표현을 썼다.
버냉키의 기존 통화정책 기조가 인질이 된다. 다시 말해 2015년 중반까지 저금리 기조를 보증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없어지면 이것도 모두 없는 것이라며 미 정부와 의회, 연준 3자 간 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힐 텐데 이것이 또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독립성이 생명인 중앙은행장을 전직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해서 임기만료 전에 경질하는 것은 이상하다. 또 평소 정치적 명분을 거의 생명처럼 여기는 백악관 입장에서는 특히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일을 못 하도록 계속 흔들거나 본인이 알아서 자진사퇴하게 몰아갈 수도 있다. 또는 여당 단독으로 국회에 해임안을 제출할 수 있다. 어쨌든 마음만 먹으면 연준의장을 끌어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큰 불확실성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바클레이 캐피탈의 보고서를 보자. 2014년 1월에 어떤 연준의장이 새로 오든지 롬니 정권 하에서라면 연준이 지금보다 더 매파적인 기조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준 통화정책 기조는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연준 임원들의 지지가 필수적인 만큼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연착륙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 바클레이에서는 롬니가 당선될 경우 단기 시중금리가 상승할 수 있고 시장이 이렇게 반응할 경우 버냉키 조기 퇴진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만약 미국의 단기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증시와 환율에 크게 좋을 것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네 글자로 줄이면 불확실성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투심은 월가 금융사에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자산 선호,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KBW 은행업종지수를 보자. 지난 한달 간의 흐름에서도 코스피지수와 추세적인 흐름이 동조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KBW 은행업종지수가 한창 반등하다가 옆으로 차트가 뻗으며 코스피 역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오늘 하락세가 약간 진정되면서 하방을 확인했다. 어제 외국인은 3000억 넘게 순매도하지는 않았다. 진정이 되는 날로 판단한다. 얼마나 지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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