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개별 기업의 독자신용등급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던 금융당국이 이 방안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경기둔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기업들 눈치에 투자자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금까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은 모회사와 계열사간의 지원을 고려해 높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법정관리 직전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A-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아 이를 믿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사람들은 거액의 손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금융위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그룹이라도 개별 기업별로 신용등급을 매기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개선안은 시행도 못한 채 폐기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금융위는 구체적으로 대기업 계열회사의 경우 외부 지원 가능성을 제외하고 기업 마다 독자적인 채무상환능력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최근 거시 경제나 시장 상황이 나빠져 금융시장이 등급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우려돼 시장 여건이 무르익으면 도입하겠다"며 잠정 연기의 뜻을 밝혔습니다.
금융위의 오락가락하는 이런 방침에 시장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인터뷰> 증권사 채권담당 연구원
"S&P 등 국제 평가사들은 금융기관에 대해 독자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경우 필요한 경우 일반 제조업체에 대해 이미 독자등급을 부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만 독자등급을 안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가 안 좋은 지금이야말로 신용등급을 정밀하게 평가하기 좋은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신용평가사들도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할 준비가 돼있지만 감독당국이 기업 눈치보기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웅진그룹 사태 이후 신용평가 제도 개선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미지근한 태도로 시장의 불신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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