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커스 1부-긴급진단>
한화투자증권 박성현 > 드라기 총재의 OMT, 즉 S&P 시즌2가 위험 확대론자들에 대한 일종의 중앙은행의 경고였다면 버냉키 의장의 이번 조치는 리세션, 즉 경기 침체론자들에 의한 경고다. 즉 위험완화와 경기부양이라는 컴비네이션 카드를 양대 은행이 꺼내든 것이다. 두 주체 모두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주체라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여기에 대응하기 힘들다. 즉 랠리가 연장될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유동성 장세라고 하기 보다는 변동성 장세라고 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LTRO라는 초과 유동성이 지급되었지만 유로 베이스라는 디레버리징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점, 즉 상당히 안정성 측면에서는 떨어지는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변동성이 굉장히 심했다. 그런데 지금 기대하고 있는 것은 조금 더 안정적인 차원에서의 통화의 공급이다. 바로 미국의 달러다.
물론 아직은 시장이 변동성 장세에 있다는 판단이다. 지수를 여기까지 올린 것은 실체가 없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기대감의 대상이 다르다. 단순히 위험완화나 일시적인 호재가 나온 것에 대한 환호라기 보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시점은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며 실제 유동성의 공급, 즉 연준의 QE3는 바로 내일 모기지 매입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기대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치가 바로 뒤에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제 유동성 장세로 가는 스텝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타이밍부터 살펴보자.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부작용을 지금 걱정해야 될까. 이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은 머니 프린팅을 할 수 있는 주체들이 각자의 카드를 꺼내놓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수긍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뒤에 결과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뒤로 이양하는 것이 맞다. 즉 타이밍에 대한 판단이다.
두 번째는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팩트인 지난 QE2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경기의 방향성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나 상품 가격의 변동성만 키웠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다.
물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부진의 정도는 어찌 보면 QE때보다 지금이 심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 번째는 G1, 즉 미국의 디레버리지 부채를 줄이는 속도가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중앙은행의 부양정책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름의 새로운 방법을 내놓고 있는 부분이 있고 적절한 불태화를 하고 있다. 세 번째, QE때보다 오히려 강화된 경기침체의 우려가 역으로 봤을 때 우리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는 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달러 약세 기조가 먼저 펼쳐질 것이다. 이것만 해도 위험자산과 이머징 마켓에는 좋은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자극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번에는 오히려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의 상승이 어느 정도 제한될 것으로 본다. 달러 약세의 정도도 지난번에 비해 완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나 이머징 마켓의 매력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9월 하순부터 머니 무브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10월에는 조금 더 완연한 유동성 랠리로 진입될 것으로 본다.
삼성경제연구원 박현수 > 전반적으로 FRB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보면 버냉키 의장이 계속 주장해왔듯 지금 현재도 통화정책은 상당히 경기부양적, 완화적인 기조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업률이나 고용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미국경제 성장세의 둔화, 재정절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FRB가 적극적인 방향으로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을 펼 수 있는 배경은 안정된 물가다. 현재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보면 1% 미만인데 이번 FOMC 회의에서도 중기 물가상승률을 2% 이하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여러 가지 경제상황으로 볼 때 조금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더라도 물가에는 크게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그만큼 경기상황이 안 좋다는 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여건들이 복합적으로 FRB의 정책 스탠스를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가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업률이 2011년 하반기에 빠르게 하락하다가 올해 8~8.3%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지난 8월 실업률도 8.1%가 나와 2009년 2월 이후로 43개월째 8% 이상에 머물고 있다. 또 구직포기자가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 그만큼 고용시장 안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용을 개선하려면 기본적으로는 제조업에서 투자가 늘어나야 하고 제조업에서 투자가 늘기 위해서는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 지금 현재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는 QE3가 소비진작 혹은 투자진작 효과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포인트다. 과거 QE3에 대해 버냉키 의장이 평가할 때는 GDP를 약 3% 정도 올리고 1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을 했지만 그보다 조금 더 부정적인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두 차례 QE가 시행되는 동안에도 금융시장 안정에는 효과가 있지만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 사실 버냉키 의장 자신도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이머징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왔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과 여건들을 판단해볼 때 이번 통화정책의 효과로 빠르게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FOMC 회의에서도 내년 실업률 전망을 약 7.6~7.65%로 전망했으니 올해에 비해 소폭 낮아지지만 아주 본격적인 개선이라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므로 고용시장의 빠른 개선 혹은 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상당히 적극적인 무제한의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니 이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지금은 모기지 채권을 매월 400억 달러 정도 매입한다는 것인데 기존에 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나 원리금의 재투자 정책도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는 매월 850억 달러 정도, 연간 1조 달러에 가까운 채권매입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추가적인 정책을 당장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정책들의 효과를 조금 더 지켜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제 궤도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는 추가적으로 정치를 더 매입하는 등의 정책들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초과 지준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를 낮추는 수단들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경기의 흐름을 지켜보는 상황이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민간 부문의 취약한 펀더멘탈, 내년 7월로 예상되고 있는 재정긴축에 따른 충격들을 지금 현재의 통화정책이 어느 정도까지 흡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FRB는 최소한 내년 초반 정도까지는 추가적인 조치 없이 지금 현재의 정책을 그대로 수행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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