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국의 경제지표들이 상당히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각국은 경기부양책에 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증시반응은 냉랭하다. 각국의 부양책과 경기문제에 대해 확인해보자.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최근 발표되는 지표 중 주로 각국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표들이 상당히 안 좋게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이 가장 중시하는 제조업 관련 지표인 PMI 지수가 경기회복이냐, 침체냐의 임계수준인 50 밑으로 떨어져 사실상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지난주 초부터 많이 불거졌다.
그런 가운데 경기의 후행지표에 해당되는 고용지표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지난 주말 상당히 관심이 됐다. 물론 미국의 6월 실업률은 8.2%로 동일하게 나왔지만 제조업의 신규고용 창출건수가 1분기에는 22만 건수에서 이번에는 9만 건수로 절반 이하로 나왔다.
경기의 성격은 미리 전해주는 선행지표, 같이 가는 동행지표, 뒤늦게 확인되는 후행지표가 있다. 최근 경기의 선행과 동행과 후행지표가 동시에 안 좋게 나오는 트라이팩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기문제가 상당히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위기의 진화과정을 보면 첫 번째는 돈이 부족한 유동성 위기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금융 시스템의 위기, 세 번째는 실물경제의 위기다. 위기의 3단계로 볼 때 지금은 유동성 문제에서 금융위기로 가고 있다. 유럽의 경우 금융사의 자본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금융시스템의 문제다. 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실물경기가 침체된다. 다시 말해 제조업 관련 지표, 고용 관련 지표 등 핵심지표일수록 경기지표가 안 좋게 나옴에 따라 우리가 우려했던 유럽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적으로 전이 내지 전염되는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이나 우리 정책당국자들도 3월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위기가 한국이나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비교적 낙관론을 펼쳤지만 최근 지표들이 상당히 안 좋게 나오는 것은 결국 유럽위기에 따라 실물경기로 본격적으로 전이된다는 시각을 상당히 확증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세계경제의 앞날에 대해 실현여부와 관계없이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복합물황, 좀비경제 등이 그것이다.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정책여지가 상당히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계경제의 앞날에 대한 비관론이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대두된다.
앵커 > 증시 입장에서는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들고 나오느냐가 최대의 재료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 경기부양책이 나왔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정책적으로 보면 시기적으로 미리 앞선 preemptive가 상당히 중요하다. 경제지표가 안 좋게 나오는 것에 대해 그동안 미온적 입장, 낙관적 입장을 취했던 정책당국자들이 일제히 화들짝 놀라 있는 정책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그 와중에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낮춰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75%로 떨어뜨렸다. 일본은 재정정책, 통화정책에 여유가 없다. 그래서 마지막 정책인 간지언 정책을 통해 소비세를 인상했다.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에서 한 달 전에 내렸던 금리를 또 다시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주에는 이렇게 이례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했고 이번 주 발표되는 물가 관련 지표에 따라 추가적으로 경기부양을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영국도 미국식으로 비교적 큰 규모인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해 뒤늦게나마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증시의 반응은 상당히 냉랭하다. 일부 전문가들도 경기부양책이 나오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많이 언급한다. 그러나 막상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는데도 불구하고 세계증시는 아주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과거 경기부양책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기부양책의 가장 직접적인 형태인 재정정책은 지금 쓸 수 없다. 그래서 통화정책에 집중되는 것이다.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려면 케인지언이 이야기하는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를 사용해야 한다. 돈을 풀든 금리를 내리든 소비나 투자, 총수요에 얼마나 유연성 있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푼다 하더라도 이것에 따라 증시부양 효과보다는 오히려 경기둔화 효과가 불거진다. 이것이 바로 유동성 함정이다. 이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다 보니 정책여지가 없다. 재정정책을 못 쓰고 통화정책에 집중된 상태에서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결과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푼다 하더라도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보다는 경기 하강 리스크가 더 불거진다.
앵커 >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과 같은 유동성 공급 정책만으로 시장경기가 부양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많이 사람들이 회의적이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냉키 의장의 3차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작년 9월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추진되지 않는 이유는 지금 상태에서 금리인하나 경기부양, 유동성 공급 같은 정책을 편다 하더라도 이것은 그때그때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대증적인 요법일 뿐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국민의 인기를 영합하기 위한 정치적 포퓰리즘에 해당되는 것이 대증적인 경제정책이다. 그때그때 대증적으로 처리하면 유럽위기의 근본적 문제나 위기가 가지고 있는 실물경제의 본격적인 경쟁력을 통해 경기를 지속 가능하게 회복시키는 것에는 더 멀어진다.
지금의 미국경제를 풀어가고 유럽위기를 풀어가는 것에는 대증적 요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시스템 작동이나 시장의 작동을 하려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동성 함정의 방지책으로 지난 6월에 열렸던 하반기 통화정책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을 연장시켰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자금의 질적 부족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실물경제의 단기 유동성에 몰려있는 자금을 실물경제 자금으로 들어가게 하는 경기 시스템의 복원 작업이다.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고 환자의 숨통만을 트여주는 캠플 주사의 성격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안 된다. 기본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유동성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정책이 나온다.
앵커 > 우리나라의 경기도 녹록지 않다. 이번 주에 금통위가 열린다. 금리인하와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세계적으로 통화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작 한국의 금통위 위원들은 가장 정책을 안 내놓고 있다. 12개월 동안 금리도 동결시켰고 돈도 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중하위 계층의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경제가 풀뿌리부터 안 좋아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불 같이 번지는 대외변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리도 동결하고 유동성도 다른 국가에서 공조화 체제를 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정책에 있어서 글로벌 추세다. 무엇이든 경기부양 효과가 나려면 글로벌 공조성이 중요하고 무엇이든 경제정책이란 것, 특히 통화정책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전달경로가 있기 때문에 시차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금리와 같은 보편적, 일반적인 통화정책은 국민 대다수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고민하는지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물가는 한정되어 있다. 총수요적인 측면에서 경기가 과열되지 않았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안정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 공조와 선제성이 되려면 우리도 지금은 글로벌 추세의 정책기조에 따라야 한다. 모든 신흥국들이 금리를 내리고 있고 선진국들도 대증적인 요법을 하고 있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시장작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도 경기부양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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