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혁의 Moneyball] 공은 다시 경기로 넘어왔다…위기구간 지나면 상승
필자는 지난주 컬럼에서 1900p 달성에 대해서 이제는 양자택일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평가하고 오르지 못한다면 빠른 비중축소를 권유했다. 마치 OX 퀴즈처럼 추가상승이냐 재차 하락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타이밍이 도래했다고 말한바 있다.
결국 지난주 시장의 무게추는 아래로 기울었다. 주가와 경기는 절대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는데, 중국의 5월 HSBC PMI 속보치는 48.1을 기록하며 전월대비 추가하락했고 8개월 연속 기준점 50을 하회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6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는 전월치 -5.8, 예측치 0에서 -16.6을 기록하며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최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4주평균치는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용시장이 아직 온전치 못함을 토로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5월 중순 1800p를 하회하는 상황에서도 매수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었던 것은 변동성 요인인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노이즈가 주요 하락 원인이었고 PBR 1배 수준이라는 기준점을 단번에 이탈치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재하락은 유럽이슈가 심화되는 동안 훼손된 경기지표들이 발표되고 있고 그나마 믿을만한 구석이었던 미국의 지표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재도래한 PBR 1배 수준에 대해서 매수를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삼성전자에 집중된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혹자들은 삼성전자에 국한된 매도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를 걱정할 필요없다고 하지만, 거래소 시가총액 비중 17%를 상회하는 삼성전자가 흔들리는 이상 전체 시장이 견조할리 없고, 시총 1위 기업의 탄력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반등이 나와봐야 제한적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결국은 향후 삼성전자 방향성이 주가의 향방을 상당부분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금 현재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예측치가 하향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적눈높이를 조절해 가는 과정에 있다. 한때는 2분기 영업이익 예측치 7.2조, 3분기 8.5조에 달했던 실적 예측치는 최근 2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 초반에 불과할 것이고 3분기 실적 또한 하향 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반영되었다.
글로벌 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한 타이밍에서 찾아온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실적 노이즈는 시장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다. 물론 이 구간이 지나면 밝은 햇살이 비추는 산책로가 펼쳐지겠지만 지금 당장 한치 앞을 못 보는 상황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유럽의 현 주소를 다시 확인해 보자. 그리스 재총선은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왔지만 재총선 이후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이다. 스페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7.2%를 상회하다 최근 6% 중반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리스 다음은 스페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측이 난무했고, 이번 은행 구제금융 1000억 유로는 시작에 불과하고 결국 국가차원의 구제금융에 돌입할 것이며 스페인 국채는 ESM 채권분을 제외하고는 원금탕감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세하며 스페인 국채 투매를 유발했다.
지금 당장 유럽 위기를 한방에 잠재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시장에선 이미 실행했을 것이다. 지금 당장 한번에 이 위기를 넘어설 뾰족한 대안은 없다고 보는게 맞다. 결국은 유럽의 위기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시간을 미국과 중국 G2의 경기 모멘텀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G2 경기가 재차 꺽이면서 시장의 방향성을 아래로 기울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은 재차 코스피를 공략했다.
6월들어 외국인은 잔인한 5월을 마무리하고 자연스럽게 현선물 매도부분을 풀어내고 있었지만 지난 금요일 선물시장에서 16,700계약의 사상 두번째 선물매도를 집행하면서 무게추를 단번에 아래로 끌어 내렸다.
통상적으로 선물수급은 현물수급에 선행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선물 환매수를 확인하기 이전엔 현물시장에서 추가적인 매도진행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이런 타이밍에서 발생한 시총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실적 노이즈는 시장을 더욱 탄력적으로 밀어내리기에 충분했다.
한쪽으로 크게 쏠려있던 BIG2 수급이 단번에 깨지기 때문에 풍선효과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단기적인 시세를 주도하는 기관들의 수급패턴은 여전히 삼성전자를 포기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풍선효과가 단번에 나타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변동성요인인 유럽은 여전히 회의적이고, 방향성 결정요인인 경기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V턴 급반등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닐까?
우리는 이미 양자택일 구간을 지났다. 지금은 싸게 사는 전략을 추구할 때가 아니라 다시금 시장이 안정화 되었을 때 안전하게 진입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PBR 1배 수준에 대해 기대를 걸어보지만 너무 빠르게 찾아온 2차 저점테스트는 부담스럽다.
또한 지금 당장 경기지표 숫자를 올릴만한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 시장은 다시 보기를 5개 가진 5지선다형 문항으로 변형되었고 여러가지로 고민할 부분들이 생겨났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늘 그랬듯 위기구간 이후에는 상승이 존재했고 올해 말 미국의 대선과 10월 중국의 정권교체가 예정되어 있다. 지금 당장은 미국의 재정절벽이라든지, 중국의 바오빠(保八)정책 포기에 따른 후유증이니 말들이 많지만 내년엔 이 G2의 성장드라이브가 불 보듯 뻔하다는 사실이다.
다소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이번 회차를 마지막으로 2월부터 진행한 장용혁의 머니볼 컬럼을 마무리 합니다. 그 동안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글. 한국투자증권 eFriendAir 장용혁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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