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통적으로 금융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명동에서 증권사들이 최근 굴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명동 터줏대감인 증권사 지점들이 입주 건물에서 쫓겨나는 등 처지가 옛날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명동의 증권거리.
며칠 전 한 증권사는 이 곳에서 간판을 내리고 인근 지역으로 지점을 옮겼습니다.
오랜 기간 한 자리에 걸려있던 간판에는 아직 채 지워지지 않은 증권사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브릿지>
"이 곳은 명동의 증권거리입니다. 과거 증권사 사무실이 가득했던 이 곳에는 지금 보시는대로 음식점과 커피숍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열개 남짓한 증권사 사무실만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명동으로 몰려오면서 명동은 곳곳에 쇼핑 특화 거리를 열었고 증권거리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명동 빌딩들이 너나 없이 쇼핑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쓰면서 오후 5시면 불을 끄고 문을 닫는 증권사 지점은 주변 상권에서 애물단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정일 67세 (18년째 명동에서 경비 근무)
"(명동 증권사들이) 이제 다 강남으로 떠나고 지금은 대개 증권사들이 합병을 해서 줄이고 그러다보니 많이 빈 셈이죠. 사무실이 많아야 하는데 상가로 변했고 관광특구가 되니까.."
실제로 명동 증권거리 중심인 증권빌딩 1층에는 올 봄 터줏대감이던 삼성증권 대신 커피전문점이 들어섰고, 하나대투증권도 밤새 불을 밝히는 신발 전문 멀티숍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또 2, 3층에 있던 중소형 증권사들도 최근 다른 건물로 이전했고, 그 자리는 병원과 또 다른 커피숍의 차지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증권사들이 명동을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명동에서 수십년 거래해 온 강북 고액 자산가들을 경쟁사에 뺏길까, 을지로 주변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매출이 줄을까.
증권사들은 월 5천만원이 넘는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면서 명동 주변의 빈 사무실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병섭 A증권사 명동지점장
"다른 곳으로 가지는 못하고 명동 안에서 옮기는 거죠. 명동은 증권사들이 업력이 오래돼서 기존 고객들을 놓고 올 수는 없고 또 잠재적 영업 기대 때문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사는 여의도로 가고, PB센터는 강남으로 떠나고.
명동 증권거리는 오늘도 쇼핑센터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발길만 이어지면서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WOW-TV NEWS 이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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